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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예원 ]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기, 즉 발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많다. 그런데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극도로 혐오하거나, 심지어는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Public Speaking’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표하기를 심하게 꺼리는 것은 발표 불안증(또는 발표 공포증)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발표불안을 ‘사회공포증’에 속한다고 본다. 사회공포증이란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거나, 또는 노출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다. 그러니 발표불안은 충분히 사회공포증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발표를 앞두고 긴장을 하기도 한다고. 이렇게 발표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말하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발표 불안증을 없앨 확실한 해결책은 없을까? 그 전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발표 불안의 원인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원인인 것 같다. 사실 필자 역시도 발표를 싫어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 때는 반 친구들 앞에서 혼자 구연동화도 했을 정도로 발표를 좋아했다. 단지 선생님께서 시키셔서 했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정말 즐겼다. 친구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 웃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야기할 책을 혼자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도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 앞에 나서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발표도 어렵게 느껴졌다. 잘하고 싶은데, 떨리는 목소리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청중들에게 들려서 긴장했다는 것을 들킬까 봐 더욱 긴장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내면의 불안을 더 커지게 한다.

 

그리고 더 정확히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자율신경계의 작용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우리 몸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발표를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으로 인식한다. 결과를 예측하거나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할 때는 떨리지만, 반대로 발표가 끝나면 우리 몸은 위협이 사라졌다고 느끼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긴장이 풀린다. 그러므로 발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발표를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잠재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발표 불안 극복 방법


발표 불안을 극복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발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것인데, 필자 생각에 이는 적절치 않은 대답이다. 발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보통 발표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준비를 더 철저히 한다. 이렇게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심하게 긴장한 탓에 준비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까지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 발표 불안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답은 결국 하기 싫을수록 더 부딪쳐 보는 것밖에는 없다. 노출을 통한 두려움의 직면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발표를 자주 하게 되자 긴장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중학생 때는 앞에 나서기 싫어서 발표하지 않다 보니 발표가 필자에게 ‘특별한 일’이어서 조금 긴장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발표할 일이 자주 생기면서, 필자에게 발표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고 그저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이 되어서 떨림이 전보다 훨씬 줄었다. 실제로 발표를 자주 경험하면 발표를 미리 걱정하고 불안을 느끼는 ‘예기 불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평소 자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의 무의식도 발표를 위협적인 일로 느끼지 않는다. 참고로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발표를 연습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심리학에 확대 적용한 발표 공포증 극복 시스템도 연구 중이라고 하니 하루빨리 상용화되기를 바란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혼자서도 생생한 발표 경험을 자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과도한 완벽주의가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므로 ‘조금 실수하거나 떨어도 괜찮다’, ‘연예인도 교사도 정치인도 실수는 한다’라는 등의 자기 암시를 계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발표 직전에만 잠깐 하기보다는, 평소에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플라시보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발표를 시작하고 나서는 중간중간 숨을 쉴 수 있도록 말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한다. 그리고 긴장을 하면 목소리가 작아지는데,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어 심리적 위축을 방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세를 구부정하게 하기보다는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자세를 바꾸면 혈액 속 코르티솔이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여 실제로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그리고 자세를 바르게 하면 숨을 깊이 들이마실 수 있어 호흡하기에도 좋다. 발표 후에는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오래 남을 수 있는데, 이는 심하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발표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의 생각은 항상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며 비판 내용이 적절하다면 모두 조언 삼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다.

 

 

발표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현상과 트라우마는 극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고 해서 바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님을 잘 안다. 그렇지만, 발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이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 발표자가 앞에서 떠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자신들이 발표자를 나쁘게 보지 않는 것처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긴장했더라도 청중은 뒤에서 험담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말이다. 당장 조금 수군댈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하루 이틀 지나면 모두 잊힐 일이다. 그러니 남과 비교할 것 없이 그저 내가 준비한 것만을 모두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발표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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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마틴 안토니, 리차드 스윈슨. (2005). 수줍음과 사회불안의 극복. 시그마프레스.

윤닥. (2019). 나는 왜 남들 앞에만 서면 떨릴까?. 올림.

이진식. (2021). 실용심리학으로 치유하는 발표공포 탈출 솔루션. 청년정신.

이진희, 송원섭. (2016). 떨지 않고 말 잘하는 법. 심플라이프.

채도원 외. (2017). 가상현실을 이용한 발표 공포증 극복 시스템. 한국정보처리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4권2호, pp.99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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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1 2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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