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남금 ]



젊음은 유한하다. 우리는 유한한 모든 것에 희소성의 가치를 부여한다. 젊음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붙잡으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나 중년이 되고, 노년을 맞이한다. 중년은 재난일까. <위 아 영>에 나오는 사십 초반의 부부 이야기에서 중년의 의미를 찾아보자.    


벤 스틸러와 나오미 왓츠는 (아마도) 시험관 아이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체념했다. 절친 부부는 아이를 낳았고, 그들에게 다시 한번 시도해서 아이를 갖기를 강하게 권한다. 하지만 부부는 딩크족으로 사는 장점을 애써 상기한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위로 전략으로 체념을 택한다. 체념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체념은 욕구를 스스로 억압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아무튼 부부는 권태스러운 일상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이십 대 중반 부부를 만난다. 청년 커플은 마주치는 상황을 즉흥적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중년 커플은 이 청년 커플에게 반한다. 중년 부부는 열정적이고, 사람이든 상황이든 있는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실패해도 크게 상처 안 받고 다른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청년의 힘’을 닮고 싶어 한다. 중년 부부도 아마 청년기에는 그랬을 것이다.      


중년 부부는 말하자면 회춘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청년 부부를 따라서 힙합을 배우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환각제를 먹고 자아를 만나는 이상한 의식에 참여한다. 청년들의 놀이와 활동에 참여한다고 중년이 청년이 될까. 중년 부부가 청년 모임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웃프게도 관절염이다. 그들의 몸은 환각제를 버티지 못해서 후유증이 따라온다.     


청년과 중년은 육체적으로만 다른 게 아니다. 영화에서 청년과 중년의 직업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중년의 감독은 첫 작품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참신한 시선은 없을 뿐 아니라 아집과 고집만 남아서 펀딩을 받기도 힘들다. 청년은 페북 메시지로 소통하는 걸, 카메라로 해 보겠다고 기획한다. 텍스트 메시지에서 카메라로, 단순한 매체의 변환은 새로울 수 있지만 계획 없는 즉흥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기 힘들다고 본다. 하지만 청년의 즉흥성에는 일종의 연출이 들어가 있는 걸 나중에 발견한다. 벤 스틸러는 다큐에는 연출이 없어야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다. 청년의 다큐 연출은 자신의 이 믿음에 대한 가치관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꼬장을 부리는 것이다. 그는 이제 누가 봐도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청년의 성공을 질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는 커리어에서 믿고 지켜오던 가치가 청년의 가치에 의해 전복되는 걸 목격한다. 그는 그 전복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발광하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중년은 재난이다. 그러면 어떡하나. 영화는 다행히 답을 제시한다. 가질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그리고 타협점을 찾아라. 체념이 아니라. 한여름 밤 꿈처럼 청년 부부가 중년 부부의 일상에서 빠져나가고, 남겨진 중년 부부는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걸 인정하고, 입양하기 위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체념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 방법을 찾아낸다. 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 역시 자신의 방식을 버리고, 타인의 조언을 좀 받아들이면 어떨까. 중년 부부의 장인 역시 다큐 감독이다. 그는 청년이 다큐에서 사실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출하는 걸 받아들인다. 시대가 바뀌었고, 연출이 진실을 바꾸지는 않으니까. 이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중년은 청년처럼 되고 싶어 발광하지만, 노인은 청년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관도 변한다. 지혜로운 중년이란 영화 속 노인처럼 새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가장 대하기 힘든 사람은 고집 센 사람이다. (이 문장을 써 놓고 뜨끔하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갇히면 타인의 말은 다 공격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린다. 꽃중년이 되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에 갈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4858
  • 기사등록 2022-12-19 11:51:3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