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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병동에서 산소포화도 수치가 떨어진 채 회복이 되지 않아서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로 오게 된 어르신을 보게 되었다. 복부 대동맥류로 인해 혈관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어르신은 수술한 부위의 통증 탓인지 기침을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가래소리는 그렁그렁 울리는데 뱉어내지 못하고 산소포화도는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으며 열이 점점 오르는 것이 폐렴으로 진행될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객담 배출을 용이하게 도와주는 약을 사용한 후에 책임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어르신 코에 관을 넣어 가래를 빼주려고 시도했다. 어르신이 협조를 잘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관이 기도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르신 스스로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환자 모니터에서 계속 알람이 울리는 탓에 어르신은 왜 자꾸 소리가 나는지 물어보시기에 몸속 산소 수치가 낮아서 알려주는 거라고 대답했다. 보통 95점 이상 나와야 정상이라고 판단을 하는데 어르신은 92점 정도로 다소 낮다고, 기침이랑 심호흡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명드렸다.


어르신의 얼굴을 봤을 때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시면서도 계속해서 열이 나고 숨 쉬기 힘든 탓에 눈의 초점은 흐려져있었다. 순간 어떻게 하면 힘을 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치료는 의료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함께 참여해서 병과 싸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 어르신, 많이 힘드시죠? 수술한 곳이 아직 아파서 기침을 하려고 해도 잘 안되고 가래가 안 나오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이대로 가다가 폐렴이 오게 되면 인공호흡기를 하셔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너무 힘들어지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등도 두드려드리고 기침할 때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우리 한 팀이 돼서 95점을 넘겨보는 거예요.


그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책임간호사 선생님이 방심하다가 웃음이 터지셨다. 어르신에게 한 팀이 되어 회복해보자는 발상이 재밌게 느껴지신 것 같았다. 다행히 어르신은 내 말을 듣고 눈빛이 달라지셨고 같이 해보자며 기침을 열심히 하셨다.


어르신 곁에서 등을 두드리고, 기침을 할 때 복부를 지지해주며 Lung care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기다리던 노랗고 걸쭉한 가래가 한 움큼 나왔다. 어르신도, 나도 나온 가래를 보며 기뻐했다. 다른 누군가의 가래를 보며 기뻐할 수 있는 간호사는 신기한 직업이다. 어르신께서는 눈 앞에 보이는 가래가 동기부여가 됐는지 배를 붙잡으며 기침을 더욱 열심히 하셨다.


어르신은 기침하고, 심호흡하고, 쉼을 계속 반복하며 꽤 많은 양의 가래를 뱉어내셨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몸속 산소 수치를 보는 혈액검사를 나갔는데 중환자실에 입실했을 때 50대였던 산소 수치가 120대까지 올라간 결과를 확인한 순간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기뻤다.


환자와 한 팀이 되는 일은 환자와 간호사 서로에게 중요한 일이다. 환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과 힘을 얻을 수 있고 간호사는 환자가 좋아지면 마치 내가 좋아진 것처럼 보람을 느끼고 기뻐할 수 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눈 앞에 어려움을 마주한 환자의 상황을 헤아리며 기꺼이 한 팀이 되어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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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14 1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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