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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엔딩은 왜 꾸준히 사랑받을까? - “여기가 자네의 나락이라면 내 나락까지도 함께 가 줘야지.”
  • 기사등록 2022-11-07 1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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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재하 ]



“여기가 자네의 나락이라면 내 나락까지도 함께 가 줘야지.”

- 낮에 뜨는 달 중 -                                                                 


‘낮에 뜨는 달’은 애증 어린 두 남녀의 사랑을 풀어낸 로맨스 스릴러 시대극 웹툰이다. 2017년 완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조회 수 7억 뷰 돌파, OST 발매, 애니메이션 제작 확정 등 아직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다른 유명 로맨스 웹툰들과는 달리 ‘새드 엔딩'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꾸준히 사랑받은 '새드 엔딩'


16세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부터 20세기 영화 타이타닉까지 새드 엔딩은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받았다. 사람들은 왜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들이 행복한 결말에 이르지 못한 채 그들의 이야기가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 즉 새드 엔딩에 열광하는 것일까?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약 3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슬픔을 즐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슬픈 영화를 볼 때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남들의 고통을 즐기는 가학적인 성향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다음의 연구에 따르면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나만 이렇게 슬프지 않아


미국의 우타 주립대학교에서 361명의 대학생 참여자들에게 슬픈 영화를 보여준 직후 그들이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영화를 보여주기 전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응답한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중 한 참여자는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를 보고 난 뒤 내 인생은 그렇게까지 나쁜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의 경우,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겠다”라고 답변했다. 새드 엔딩을 읽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의 더 큰 비극에 비교했을 때 우리의 인생은 그보다는 나은 정도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해피엔딩은 괴로워


우리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현실이 마냥 동화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실 속에서 해피 엔딩이란 극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과는 달리, 이야기 속 인물들은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손쉽게 해피 엔딩을 이루어낸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우리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성장과 비교되어 우리는 한없이 작아져만 간다. 새드 엔딩을 즐기는 두 번째 이유가 바로 해피 엔딩은 나를 더 비참해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괜찮아


서술 심리학에 의하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느끼는가는 내가 작가가 되어 삶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가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우리는 삶 속 부정적인 사건을 인물이 당해 마땅한 벌로 묘사할 수도, 혹은 그 인물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사건으로 그릴 수도 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전자와 같은 해석을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새드 엔딩 속 주인공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위로를 받는다. 행복한 결말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개인의 탓이 아니고, 때로는 우리의 능력 밖에 일들이 일어날 때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나아가, 실패했더라도 작품 속 주인공은 비극을 이겨내고자 한 용감한 존재로 비추어진다. 새드 엔딩은 성공하지 못하는 결말도 있는 법이라고, 세상이 언제나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라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준다. 새드 엔딩이 인기 있는 세 번째 이유는 실패했지만 우리도 주인공이라고,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결론


새드 엔딩이 수백 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의 모습에 비하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그를 통해 위로받기 때문이다. 사실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작품 속 주인공과 비교해서라도 차가운 현실을 이겨내는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라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올 때, 소설이라면 더 이상 넘길 페이지가 없을 때 우리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이야기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의 삶은 단편적으로는 새드 엔딩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해피 엔딩을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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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ingfelder, S. F. (2011, January). Our stories, ourselves. Monitor on Psychology. Retrieved October 29, 2022, from https://www.apa.org/monitor/2011/01/stories 

Knobloch-Westerwick, S., Gong, Y., Hagner, H., & Kerbeykian, L. (2012). Tragedy viewers count their blessings. Communication Research, 40(6), 747–766. https://doi.org/10.1177/0093650212437758 

Oliver, M. B. (1993). Exploring the paradox of the enjoyment of sad films.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19(3), 315–342. https://doi.org/10.1111/j.1468-2958.1993.tb00304.x 

Screen Therapy. (2018, April 18). Why we like sad endings. Screen Therapy. Retrieved October 29, 2022, from https://screentherapyblog.wordpress.com/2018/04/18/why-we-like-sad-endings/#:~:text=It%20might%20be%20surprising%2C%20but,as%20their%20final%20chapter%20closes. 




덧붙이는 글

해피 엔딩의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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