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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


@unsplsh

2022년 6월 15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살던 70대 노인이 사망한 지 2달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것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밀린 공과금 내역서였다. 보통 죽음에 이르면 빠른 시일 내에 장례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망 후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홀로 방치되어 수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사회적 관계망이 완벽하게 단절된 개인이 정서적으로 외로운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고독사'라고 부른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급증하는 고독사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독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22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발생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연간 3만 명으로 추정된다. 초고령국가인 일본을 불과 20년 차이로 뒤따르고 있는 한국도 고독사 문제가 머지않은 미래인 듯하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고독사 통계를 낼 수 있는 집계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연고 사망자를 고독사로 분류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580명에 불과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5년에 1,676명, 2020년에는 2,880명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급증하는 고독사에 대비하여 국가는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들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시는 2022년 8월 고독사 위험이 높은 중장년 1인 가구들에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인공지능(AI) 케어콜 돌봄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2020년 3월 국회에서 '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과 시행 계획을 수립하여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외로움'이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된다면



고독사가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이전에 비해 많아졌지만, 현실은 이러한 정책들이 대부분 노인 세대 및 중장년층에 맞춰져 있어 청년 고독사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심지어 전국의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탓에 쉽게 방문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소외된 고립 가구들을 찾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어쩌면 바로 이 편견일 것이다. 외로움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는 선입견은 고립된 이웃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BBS NEWS 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이 고독사 위험 가구들을 방문할 시 사회적 낙인 때문에 방문을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관계 단절로부터 비롯되는 소외감과 외로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므로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독사 방지 대책은 명확한 복지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하므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더 이상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없도록 이웃 간에 지속적인 관심과 유대를 갖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 소통이 필수적이며 공동체 속에서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고독사 이전에는 반드시 고독생(生)이 선행되므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소외되는 이웃이 생기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작지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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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단독] 건물주도 못 피한 고독사... 가난과 불화의 슬픈 '고립' [CBS노컷뉴스]. (2022). https://www.nocutnews.co.kr/news/5777120

[뉴스인사이트] '고독사' 예산 더 늘려야... 사회적 낙인.자존감도 고려 절실 [BBS NEWS]. (2018). http://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1655

KBS1, 시사직격,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2021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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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13 22: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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