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늘
[The Psychology Times=지하늘 ]
여름이 되면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오싹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줄 공포 영화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매년 공포, 호러 장르의 다양한 미디어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통해 다양한 공포를 관람하고 체험한다.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공포/호러 매체는 사람들에게 절대 잊히지 않는 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공포영화를 본 사람들은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가리거나 깜짝 놀라 눈물이 터지기도 하며, 며칠 동안 영화 장면이 떠올라 시달리고, 밤에 괜히 혼자 잠들기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호기심과 궁금한 마음에 또다시 공포영화를 보게 되고, 또 똑같은 후폭풍을 반복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여름밤이 되면 여름 특집으로 나오는 공포 웹툰이나 시리즈 드라마 등을 보고 불편한 마음으로 잠든 적이 많았다. 침대 밑이나 옷장 위에 귀신이 있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잠을 청한 다음 날, 다시는 무서운 것을 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또 잠들기 전에 공포 매체를 보고 두려움 마음과 함께 잠드는 것을 반복했다. 대체 사람들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을 느끼면서도 왜 자꾸 공포영화를 보게 되는 것일까?
한 연구 결과는 “적당한 공포감은 오히려 흥미를 유발한다”고 했다. 덴마크의 심리학 교수인 마르크 안데르센은 귀신의 집과 관련된 실험을 통해 공포가 과하지 않고 적당하기만 하다면 이것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아니라 쾌락을 선사한다고 했다. 50개의 코스로 구성된 귀신의 집에서 피실험자들은 귀신의 집을 체험했고, 실시간으로 이들의 반응과 호르몬 분비 여부, 심박수 등을 관찰했다. 귀신의 집 체험이 끝난 뒤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이 느낀 즐거움이나 공포감 등에 대한 감정을 적어 연구원에 제출했다. 실험 결과, 공포감이 주는 자극이 적절하면 사람들은 무서움보다 즐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공포감이 부족하거나 과할 경우에는 무섭고 괴롭다고 답했다. 결국 너무 소름 끼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적당한 공포감’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포감 속에서 기쁨이 최대화된다는 의미에서 ‘스위트스폿(sweet spot)’이라고도 부른다.
공포영화를 자꾸만 보게 되는 다른 이유는 인위적인 공포가 전해주는 오싹함을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즐기기 때문도 있다. 공포를 느낀 뒤에 일시적으로 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카타르시스와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은 뇌 안의 편도체가 관여하는데, 공포를 변연계에서 감지하게 되면 시상하부를 통해서 부신 피질에서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또한 교감 신경계를 흥분하게 해 싸움-도주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심장박동수와 호흡이 빨라지게 하고 근육으로 피가 쏠려서 피부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때 털이 서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서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공포영화가 무서워도 자꾸 즐기게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즐기는 상태다. 만성 스트레스는 심장마비와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지만, 공포물과 같은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공포물은 기분을 일시적으로 좋게 한다.
공포영화를 보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마음속에 상반된 감정에 대한 모순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카타스트로피 현상이라 하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katastroph라 하며 역전을 뜻한다. 정반대로 뒤집히는 것이나 예기치 못한 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불쾌한 것, 위험하거나 지저분한 것 등의 부정적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불쾌하고 지저분한 것에 대해서 보고 싶고 어떤 것인지 궁금한 호기심을 느끼고 위험한 것을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포영화를 자꾸 보게 되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게 된 다음 날에 무서운 장면이 떠올라 시달릴 수 있지만, 우리는 공포영화를 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며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공포는 행복감을 넘어 과한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으니 적절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기사
일상을 리셋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 도파민 단식
출처
-공포영화 즐기는 사람의 진짜 심리 [스푸트니크]. (2019). URL: https://sputnik.kr/news/view/3107
-[과학산책] 공포 영화 속 '오싹'한 비밀 [현대건설 뉴스룸]. (2020). URL:
-그런 걸 왜 보니? [브레인미디어]. (2011). URL: https://www.brainmedia.co.kr/NEW/7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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