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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사람이 성장하는 순간은,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다. 어떤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볼 때, 같은 나이인데 저 멀리 나아간 사람을 바라볼 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누군가는 이미 실천하고 있을 때 부끄럼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부끄럼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이타적인 사람이다. 이타적인 사람을 볼 때면 이기적인 내 모습이 들춰지고, 나만 생각했던 모습이 부끄러워 반성하게 된다. 또한 이타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존재가 빛이 난다.


이타적인 사람의 특징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타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가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이타적인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이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나를 알려야 하고, 내가 앞서가야 하고, 내 것을 더 많이 움켜쥐어야 한다는 시대의 정신과 반대 방향이다.


어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들어온 환자분이 있었다. 불행히도 환자분의 혈압이 잘 잡히지 않고 출혈이 많이 되어 환자분은 다시 수술실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담당 간호사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주변에서 나와 동료들이 환자분 곁에 붙어서 수혈하고, 약물을 옮기며 환자분을 수술방으로 이동시킨 후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료들은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봐줬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수술이 끝난 환자분이 다시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때마침 혈액은행에 신청했던 혈액도 도착했는데 혈액을 주면서, 피를 멈춰야 했기에 교과서에서 배운 모든 혈액제제가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로 가서 수혈하고, 약물을 투여하는 등 신규 간호사 선생님을 도와줬다.


조금 정리가 되었을 무렵, 나는 바빠서 밀린 간호기록을 넣고 있었는데 내 옆에 있던 동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규 간호사 선생님 곁에 가서 무언가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봐주고 또 해결해주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도 간호기록을 넣지 못했을 텐데 버거워하고 있을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입장을 배려하고 먼저 다가간 것이다.


부끄러웠다. 모두가 힘든 상황 가운데 나는 내 것을 하고 있을 때 동료는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며 이타심을 발휘했다. 이타적인 동료의 모습에서 빛이 났다. 그 빛은 나를 정면으로 비추어 부끄럼을 느끼게 했다. 이타심과 부끄럼 중에 이타심을 선택한 동료의 존재가 정말 고맙고, 존경스럽다.


출근해서 이타심을 선택할 것인지, 부끄럼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정해졌다. 이젠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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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14 14: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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