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웅
[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출근 전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편의점에 들렀다.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선택하고 같이 먹을 음료를 고르러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을 고를까 보던 중 시선이 멈춘 곳은 탄산수가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주저하다 탄산수를 집어 들고 계산했다.
탄산수를 사기 전 주저한 이유는 탄산수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먹는 것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던 환자분은 무엇이 가장 먹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 "탄산수."라고 답했다.
환자분은 나와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았지만 심장을 여는 수술을 여러 번 받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나로서는 환자분이 병원에서 환자로서의 삶을 잘 극복하고 일상에서 직장인으로의 삶을 살아냈었다는 자체가 대단해 보였다.
이럴 때 보면 삶은 참 불공평해 보인다. 20대,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하고 성취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는 병원 침상에 누워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환자분은 당장 크게 원하는 것도 없었다. 탄산수를 마시고 싶은 게 가장 큰 소원이었다.
침대에서 몸에 여러 가지 관이 삽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신은 붓고, 먹지도 못한 채 그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환자분의 모습은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였다. 사실 어느 누군가가 그 상황 속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우울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태어나자마자 심장병이 있어야 했으며 지독한 치료과정을 견뎌내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몸이 아프다 보니 아무래도 환자분의 마음속 여유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나 많은 복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복수 천자를 한 곳을 소독한 부위에서는 계속해서 복수가 흘러나왔다. 젖은 거즈를 새로 갈아주면 금세 복수로 거즈가 젖고 그럴 때마다 계속 거즈를 갈아주고를 반복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환자분의 상태는 음식을 먹어도 될 정도로 호전되었다. 탄산수에 빨대를 꽂아 한 모금 크게 마시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던 환자분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탄산수 하나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어쩌면 환자분은 행복의 비결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탄산수를 한 모금 들이키며 환자분을 떠올려본다. 그동안 먹고 싶어 했던 탄산수 실컷 먹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