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늘
[The Psychology Times=지하늘 ]
한 종교 집단이 있다. 이 종교 집단은 대홍수가 대륙을 덮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 자신들이 믿는 메시아가 우주선을 가지고 와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이 예언한 멸망의 날이 다가왔을 때, 대홍수가 일어나거나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자 사람들은 이제 그들이 거짓된 종교 집단에 속해있음을 깨달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와 다르게 흘러갔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극진한 기도로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왜 지구가 멸망하지도 않고, 우주선이 오지도 않았는데도 자신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고 굳건하게 믿는 것일까? 바로 그들의 믿음이 틀렸다고 생각하기엔 그들이 받을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으로 가치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에 의하여 알려졌다. 인지부조화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위의 종교 집단으로 설명을 해보자면, 그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과 지구 멸망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자, 인지부조화를 겪었고 그 불쾌감과 정신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신이 자신들을 구원해주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위 종교 집단의 예시를 보고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위와 같은 상황이 흔하게 관찰된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그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지 않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보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몸이 상하는 것이 더 건강할 것이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 또는 시험 기간이 닥쳤을 때, 시험을 잘 봐서 점수가 잘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공부하지 않을 때 인지부조화가 온다.
또 다른 예시가 있다. 어떤 사람이 비싼 차를 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보호원에서 자동차에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차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동차 회사를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정반대로 자신들이 구매한 차의 좋은 점과 긍정적인 점만 초점을 맞춰 ‘이렇게 좋은 차를 왜 결함이 있다고 하느냐’며 소보원을 비난한다. 자신들이 구매한 차가 결함이 없고 최고급 차라고 정당화,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은 차를 샀다는 믿음에 금이 가버리는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그 불쾌함과 상실을 느끼고 싶지 않아 자신의 차를 옹호하고 소보원을 비난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인지부조화는 ‘자기합리화’라는 반응을 함께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자기합리화는 심리학적 의미로 부정적인 면이 있는 사건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행동으로, 실망 거리나 감정적 상처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기제를 뜻한다. 사람들은 간혹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를 헷갈리기도 한다. 인지부조화는 증상이며, 자기합리화는 인지부조화에 대한 대응이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아도 담배를 피웠을 때 오는 불쾌한 감정이 인지부조화이며, 그에 대해 ‘담배를 하나 피우는 것보다, 이걸 안 피워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게 더 몸에 안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자기합리화인 것이다.
사람들을 삶을 살아가며 자주 인지부조화를 겪고, 그로 인해 자기합리화의 덫에 걸리게 된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 등을 저버리기에는 정신적 고통이 크고,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실과 기억을 왜곡하기도 한다. 레온 페스팅거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했다. 인지부조화에 따른 적절한 자기합리화는 그 순간만큼 자신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지는 몰라도, 끊임없는 자기합리화와 도가 넘은 합리화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정신과 몸을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지부조화가 올 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성적인 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지난 기사
일상을 리셋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 도파민 단식
출처
-인지 부조화(認知不調和) [서울아산병원-메디컬칼럼]. URL:
-'인지 부조화'와 '바보의 벽' [중앙일보]. (2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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