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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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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묘하게 거슬리고 짜증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특별히 나에게 잘못한 것이 있지 않은데도 유독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곤 합니다. 웹드라마 ‘픽고’의 ‘자의식 과잉’ 편에서도 이러한 심리가 표현되고 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의 등장인물 ‘민아’는 ‘희원’이라는 친구가 유독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희원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불편하고 거슬립니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민아와 희원의 성격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민아만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민아라는 캐릭터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나의 주변, 또는 나 자신에게서도 자신과 닮은 사람을 싫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나와 닮으면 끌린다고 하던데, 역으로 그 사람이 싫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 방어와 투사

 

무의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자기 방어’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자기 방어란 자신이 심리적으로 위험하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타나는 반응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심리적으로 위험하거나 불안한 상황이란, 나의 욕구와 내가 처한 상황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을 때, 욕구와 상황이 갈등하게 됩니다. 이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부정, 억압, 합리화, 투사, 승화 등 다양한 방어 기제를 사용합니다. 다양한 방어 기제 중, ‘나와 닮은 사람을 싫어하는’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투사’라는 개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사는 자신이 가진 특성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를 다른 사람의 특성으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오히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남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실제로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투사는 더더욱 쉬워집니다. 투사는 그 사람에 대한 불편함이나 미움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과 의사인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는 투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안 좋은 속성이 있다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심리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일런트의 말은 필자의 경험 속에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저의 성격과, 그런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저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싫어함으로써 ‘나는 저런 성격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난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하는 생각을 하며 저 스스로를 방어한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특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를 투사해 버린 것입니다.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앞서 말했듯, 자기 방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줍니다. 필자의 경험에서도 투사를 통해 남을 싫어할지언정 스스로를 혐오하지는 않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투사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투사가 자기 방어의 주된 수단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베일런트의 ‘방어 기제의 성숙도 위계’에서 투사는 ‘미성숙한 방어 기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미성숙한 방어 기제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을 방해합니다. 나의 문제를 타인에게 떠넘겨 버리니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놓아버리는 셈입니다.

 

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까요? 김평식&신현주(2020)는 자기 방어는 방어 수준이 성숙할수록 자신이 부담을 가지며,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자신이 부담을 가진다’는 말에 집중해 봅시다.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해내는 것이 성숙한 자기 방어의 첫걸음입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상황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문제를 파악해봅시다. 그 사람의 어떤 특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그 특성이 나에게도 있는 특성은 아닌가요? 


모든 것은 '나'를 위한 일 


투사에서 벗어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를 위한 행동입니다. 남을 싫어한다는 것은 나의 심리적 안정을 깨뜨리곤 합니다. 더욱이 그 이유가 나에게 있다면, 나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조차 없습니다. 미성숙한 자기 방어에서 벗어난다면, 타인을 싫어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결점을 해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더욱 당당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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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김평식 P.-S. K., & 신현주 H.-J. S. (2020). 자기방어기제가 Sns 중독에 미치는 영향. 한국범죄심리연구, 16(4), 53–66. 

부정민 (Jung Min Boo), 강대옥 (Dae Ok Kang), & 강은희 (Eun Hee Kang). (2016). 대학생의 대인관계스트레스와 심리적안녕감의 관계에서 방어기제의 매개효과. 상담학연구, 17(3), 2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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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16 18: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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