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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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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관계는 만남과 더불어 헤어짐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지만 이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아쉽고 슬픈 법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공감'이 가장 중요한 대중가요에서 '사랑'과 더불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별 후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을 잘 극복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종의 과업과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성숙하게 이별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이유 :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1920년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참가자 16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단순하고 간단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때 한 집단은 과제를 모두 무사히 끝마칠 때까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지만, 다른 집단에서는 참가자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 강제로 종료시켜버렸다. 실험이 끝난 뒤 자이가르닉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과제를 기억나는 대로 말하라고 하자, 중간에 강제로 종료시킨 집단에서 기억하는 과제의 양이 끝까지 과제를 완료한 집단에서 기억하는 양보다 2배 이상 많았다.


1980년 케네스 맥그로우(Kenneth O. McGraw)와 지리나 피알라(Jirina Fiala)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자이가르닉 실험이 간단한 과제만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와 굉장히 흥미로운 과제를 수행하는 집단도 추가시켜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된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동일하게 일부 참가자들의 과제는 진행 도중에 중단시켜버렸다. 실험 대상자들은 완성한 과제보다 미완성한 과제를 더 정확하게 기억했으며, 끝까지 완성한 과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던 어려운 과제나 흥미를 유발하는 과제였더라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두 실험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우리 마음은 과제를 수행할 때 얼마나 집중했고 또 과제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보다는 과제를 제대로 완성했느냐 하지 못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렇듯 끝낸 일보다 끝내지 못한 일을 훨씬 더 잘 기억하고 끝내 완성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일컬어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연인과의 이별에 대입하면, 우리는 끝내 완료하지 못한 관계로서 결국 헤어진 상대방과의 관계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이별 후에도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연인과의 이별을 마치 진행 중이던 일이 중간에 끊어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즉 재밌게 보고 있던 드라마가 결말이 나오기 전에 끊긴다던가, 흥겹게 부르던 노래를 중간에 끊어버리는 것과 동일하게 미완성된 '과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별의 슬픔을 성숙하게 극복하는 법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사건이 실제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유에 대해 '영향력 편향(Impact Bias)'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람들은 고대하던 목표를 달성하거나, 꾸준히 열망하던 바람이 마침내 이뤄지거나, 또는 그밖에 기쁜 상황들이 발생한다면 굉장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영향력 편향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미치는 사건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곤 한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너무 기쁘고 행복한 마음에 그 감정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설레고 떨리는 감정은 예상보다 짧고 굵게 끝나버린다. 또한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떠올리면 식음을 전폐하며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러한 공허함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된다. 감정을 느끼는 때는 어느 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미친 듯이 행복했던 순간도, 슬픔에 사무쳐 허우적거릴 때도, 당시에는 그 감정이 나의 전부였다 할지라도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 버릴 수 있음을 안다면, 지금 내 마음을 좀먹고 있는 걱정과 근심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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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고은. (2019). 마음 실험실.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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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19 1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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