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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안예린 ]


세상에는 주기적으로 유행이 돌고 돈다. 이미 예전에 유행했던 음악, 의류, 헤어 스타일 등이 최근 들어 다시 유행하는 등 사람들은 유행을 추구하고, 따라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유행에 뒤처지면 무시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트렌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필자는 유행을 따라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 다 하는 스타일이 재미없어 보이고, 또 지루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개성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남들과는 달리 특별한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다들 A를 선택할 때 혼자 B를 선택하는 것이다. 필자의 주변인들은 이런 필자를 보고 말한다. “너 홍대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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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홍대병’이란 대체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기재된 용어가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 거다. 홍대병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SNS,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신조어다. 트렌디한 지역으로 유명한 홍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기에 이 용어가 탄생했다. 홍대병이 보통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하나 들겠다.



모 브랜드에서 신상품 두 개, A와 B가 새로 나왔다.


A는 유명한 연예인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A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매장에선 A만 적극적으로 홍보하였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였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A를 찾기 시작했고, 길거리에 나가면 열에 일곱은 모두 A를 착용하였다.


반면에 유행을 타지 못한 B 상품은 빠르게 묻혀갔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매장 구석에 진열하였고,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B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사람들은 B를 찾지 않았고, 직원들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눈에 띄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는 B 상품을 찾는 사람이 꼭 한두 명은 있었다. 직원들이 유명한 상품으로 A를 내세워도 그들은 꿋꿋이 B를 원했다. 남들 다 A를 착용할 때, 유일하게 B를 착용하고 그것을 일종의 개성이라 생각하는 부류였다. 남들과는 다른 것을 선택한다는 것에서 특별함과 우월감, 신비로움, 고고함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을 바로 홍대병에 걸렸다고 표현한다.



패션이나 헤어 스타일뿐만이 아니다. 인기차트에 올랐거나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노래 말고 극소수만 듣는 음악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명하지 않은 문학이나 영화 등을 찾는 사람도 이에 해당한다. 이때 우리는 헷갈려선 안 된다. 홍대병에 걸린 사람과 단순히 취향을 좇는 사람의 차이는, 병적으로 유행하는 걸 기피함으로써 나누어진다. 홍대병은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유명하고, 유행하는 상품을 멀리한다. 그리고 본인의 취향이 아님에도 유명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상품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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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홍대병을 지칭하는 심리적인 증세가 있는데, 그건 바로 ‘스놉 효과(Snob effect)’이다. ‘스놉(Snob)’은 잘난 척하는 속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놉 효과를 다르게 말해서는 ‘백로 효과’라고도 하는데, 혼자만 동떨어져서 고고하게 걷는 백로의 모습과 같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스놉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역시 타인과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유행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에 반대되는 상품으로 소비 대상을 바꾸는 것이 스놉 효과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스놉 효과는 가격이 높고 한정 수량일수록 더 자주 발생한다.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VIP 전용 상품, 리미티드 에디션 등의 한정 상품을 제시하는 마케팅 역시 스놉 효과를 노리고 진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손쉽게 구매할 수 없고, 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스놉 효과라는 심리적인 용어가 존재하듯이 홍대병은 사실 나쁘다고 볼 순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홍대’뒤에 ‘병’이라는 단어를 붙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고 한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는 그 사람의 개성으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자신의 특별함을 내세우기 위하여 유행을 따라가는 행위를 깎아내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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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스놉 효과, 얼마나 지속될까?. [DBR매거진]. (2011).

URL: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3608/ac/magazine

<시사금융용어> 스놉효과(snob effect). [연합인포맥스]. (2013).

URL: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528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박완서作 [그 많은 싱아는…]의 ‘스놉효과’. [월간중앙]. (2016).

URL: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10790

'홍대병'이 그렇게 나쁜 거야?. [단대신문]. (2018).

URL: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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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22 1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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