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The Psychology Times=김예원 ]
사회는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개중에는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사회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 무언가가 사회적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행이란 사전상으로는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 널리 퍼지는 것 또는 그러한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을 일컫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그것을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유행을 따르는 사람도 생기고, 따르지 않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회적 유행과 심리를 연관 지어 살펴보려고 한다.
유행의 탄생과 소멸
무엇인가가 널리 퍼질 때는 반드시 그 시작점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유행도 마찬가지로 시작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바로 유행 혁신자 또는 유행 창시자(Innovator)라고 한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것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퍼지려면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는데, 일찍이 받아들인 사람들을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라고 하며 이노베이터가 만들어낸 것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을 추종자(Follower)라고 한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 중에는 팔로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행이 사회 전체에 받아들여짐으로써 클래식이 된 후에 늦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으며 아예 수용하지 않거나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보통 얼리어답터와 팔로워들이 이노베이터가 제시한 것을 수용하고 전파하면서 유행이 발생한다. 유행은 보통 멋진 것으로 인식되어 같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때문에 퍼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겨워지고, 고리타분해진다. 그러면서 하나의 뜨거웠던 유행도 점차 사그라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일방향 매체만 존재했지만, 현대에는 인터넷이나 개인 방송과 같은 양방향 매체가 매우 많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문화를 즐기고 또 스스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유행들이 생겨나고, 그러다가 예측할 수 없는 사회적 기폭제를 만나 규모가 커지면 큰 영향을 주는 거대한 유행이 되기도 한다.
유행을 따르는 심리와 거부하는 심리
유행이란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 속에서 발생하므로 시대를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항상 유행에 대한 옹호와 비판 의견이 생겨났다.
옹호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유행은 새로운 생산을 촉진하기 때문에 공업과 상업에 유익하다. 그리고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나름대로 필연성과 인과관계를 갖춘 사회심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마냥 비판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비판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유행이란 남을 따라하기에 급급한 것이므로 어리석다고 본다. 1500년대 프랑스 사상가인 몽테뉴가 저술한 『수상록』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유행은 진정한 이성에서 시작한다기보다는 광기나 야심적인 감정으로부터 유래한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유행은 논리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으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변덕스럽고 경솔한 낭비의 조직화 현상이다. 또 사회 구성원들에게 강제되는 면이 많아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촌스럽고 뒤떨어진 사람들인 듯 생각되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유행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
유행에 대한 옹호도, 비판도 존재하는 이유는 역시 유행이 사회에 미치는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유행을 무분별하게 따라가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은데, 이렇게 팔로워가 되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같은 부류의 일원이 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기를 원하는 심리를 지니기 때문이다. 사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유행을 따르든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또 마찬가지로 유행을 잘 모르거나 따르지 않는다면 뒤처졌다며 소외시키거나 무시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하등 의미 없는 행동이다.
위 상황들은 모두 자신만의 중심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중심이 잘 잡힌, 즉 자신에 대해 잘 알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어느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유행을 따르고자 무리하게 애쓰지 않을 것이다. 또는 사회 구성원 다수가 즐기는 문화라면 무조건 어리석은 것이라며 맹목적인 편견을 갖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적정선에서 유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그 집단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유행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면 필연적으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곤 하는 현상이다. 마냥 유행 자체가 좋은지 나쁜지 따지기보다는 유행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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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마르끄 알랭·데깡, 이연숙 옮김, (1990). 유행 심리. 동국출판사.
안성민. (2018). 미세유행 2019. 정한책방.
NAVER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349e42c1d79246d4a1ae6e356745aa97
박현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행의 심리적 속성 [Forbes Korea]. (2018).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20171
유행소비심리. [NAVER 지식백과]. (201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6006&cid=59040&categoryId=59040
NAVER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20799&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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