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서
[The Psychology Times=백이서 ]
<연말이 되면 가장 바빠지는 사람들>
“엄마, 이거 내가 쓴 거 아니야..?” 11살 때 나의 산타에 대한 믿음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투박하지만 소소한 글씨체로 종이를 채웠던 유치원생 때의 편지부터 아직 서투른 글씨체지만 좋은 연말 선물을 받고 싶다는 염원을 꾹꾹 눌러 담은 초등학생 때의 편지까지, 그 몇 년 치 편지들이 모두 부모님 방 서랍에 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때동안 믿었던 산타가 없었다니, 하늘 위로 루돌프와 썰매를 끌고 다니던 산타할아버지가 없었다니! 이때 동안 내가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밑에 있었던 선물이 부모님이 주신 걸 알았을 때, 난 허무함을 느꼈다. “산타가 없었다는 주변의 말이 진짜였구나..”하면서 말이다. 연말이 되면 가장 바빠지는 사람들은 이 세상 모든 아이를 위해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클로스‘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산타인 척하는 부모님도 해당이 되었다.
이렇게 사담을 보탰지만, 무튼 내가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11살 때부터였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몇 살이 되면 산타의 존재를 안 믿게 되는 것일까? 다른 아이들은 산타와 루돌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을까? 혹시 아직까지도 산타를 믿는 ’어른‘들은 있을까? 12월 25일을 비롯해 연말이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질문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산타를 믿고 싶어한다?>
산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는 익스프레스, 데일리 메일 등 영국의 주요 언론사에서 다뤘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성인들의 1/3 정도는 여전히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어하며 어렸을 때 그들이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이 깨졌을 때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영국 엑스터대학교 심리학과 실험심리학자 크리스 보일 교수팀은 ’성인들의 산타에 대한 믿음‘에 대해 연구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일 교수팀은 2016년 크리스마스 시즌 이전에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를 만들어 ’산타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후, 부모에 대한 믿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에 문답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보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온 1,200여 건의 응답을 ‘엑스터대 산타 조사팀’에 보냈다. 엑스터대 산타 연구팀(Exeter Santa Survey)은 어린 시절 추억을 안고 있는 성인들의 바탕으로 진행하는 한 종류의 국제연구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응답자의 15%는 산타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배신감을 느꼈고 10%는 분노의 감정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30% 정도는 ‘어른들’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사에서의 34%의 사람들은 여전히 믿고 있으며 50% 이상은 더는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34%의 사람들은 산타클로스를 믿는 자녀 중 47%가 이와 같은 존재가 없다고 믿었지만 대신 선물을 받고자 하는 차원에서 자녀의 행동은 개선되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8세의 나이에 산타를 믿지 않았지만 65%의 사람들은 동심을 유지하기 위해 (산타의 존재가 거짓임을 알고 있음에도) 몰래 산타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읽은 후, 나는 비록 몇 년 전의 결과지만 34%나 되는 수치의 성인들이 산타를 믿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크리스 보일 교수팀은 이에 대해 어렸을 적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 사람들로부터 선물을 받고 싶다는 잠재의식‧보상의식 등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들의 영원한 산타!>
그렇다면 어른들에게는 영원한 산타란 없을까?
11살 때, 산타의 진실을 알고 난 후 현재 20대가 된 나도 가끔은 산타를 믿고 싶어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타를 한창 믿을 수밖에 없는 주변 환경에 놓여있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존재는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는 나이를 들어가며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로부터 오는 감정은 우리를 더욱 외롭고 씁쓸하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나이’라는 장벽은 우리를 더욱 무던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산타는 있어!“라고 말을 한다면, 너무 유치하게 들리므로 이를 농담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를 봐도 무려 34%의 성인들은 산타를 믿고 있다. 물론 이게 정말 산타를 믿는 것인지, 믿고 싶은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항상 우리에게 선물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그게 허상일지라도) 하나쯤 마음속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 물론 이 단어 자체가 상당히 막연하게 들린다. 다시 말해, 올 한 해 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혹은 여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소중한 순간도 해당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가 각자의 산타와 함께 행복한 연말, 연초를 보냈으면 한다. 산타의 물리적인 존재는 없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먹냐에 따라 그의 초상은 달라질 테니. 여러분의 영원한 산타는 누구인가?
지난 기사
“시작이 반이다!“, 알고보면 심리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참고문헌>
-[Mirror UK]. (2013). https://www.mirror.co.uk/news/weird-news/adults-believe-santa-one-six-2867973
-[Express UK]. (2013). https://www.express.co.uk/news/uk/445708/You-re-never-too-old-for-Christmas-A-third-of-adults-still-hang-stockings-out-for-Santa
-[Mail Online]. (2018). https://www.dailymail.co.uk/wires/pa/article-6496503/All-I-want-Christmas---believe-Santa—stud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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