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이효림 ]
- 어떻게 팔꿈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단 말이야?
- 물론 진짜 ‘팔꿈치’만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것만큼 아주 작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때때로 엄청난 힘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팔꿈치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 넛지(nudge)는 강제적인 규제나 명령 없이 약간의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라는 의미의 넛지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선택에 개입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즉. 특정 행동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행동을 바꾸는 것!
- 넛지는 등장과 함께 전 세계에 엄청난 신드롬을 가져왔다. 기업과 정부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와 국민의 선택을 설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넛지를 운영 전략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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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 기업에서 활용한 넛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폭스바겐의 fun theory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 2009년 폭스바겐은 ‘게임은 모두 학습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재미이론을 기반으로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당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다양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피아노 계단이다. 폭스바겐은 사람들의 계단 사용을 장려하고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따른 전기료 절감을 목적으로, 스톡홀름의 오덴플랜역에 걸어 올라갈 때마다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을 설치했다. 피아노 계단은 설치와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실제로 이전보다 계단 이용률이 66%나 증가했으며 해당 장소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게 된다. 또 다른 캠페인 사례로는 ‘The Speed Camera Lottery’라는 독특한 속도위반 근절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처벌이 아닌 포상을 통해 사람들이 도로 법규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큰 특징인데, 속도를 위반한 차량에게 부과된 벌금을 속도를 잘 지킨 운전자들에게 당첨금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홀름에서는 해당 캠페인 관련 실험을 진행했고, 이전보다 차량의 속도가 22%나 감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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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에서 넛지를 활용한 사례로는 청년을 위한 공공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공공고용서비스 플랫폼을 들 수 있다. 정부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청년들에게 각종 일자리 정보, 채용행사, 교육훈련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너무 많은 정보가 개별 전산망으로 분리되어 있어 필요한 정보를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세계 여러 국가는 디지털 넛지를 활용하여 온라인 공공고용서비스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잡 매칭(Job Matching)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캐나다 정부는 구직공고 웹페이지에 잡 매칭 링크 버튼을 연동시켜 자연스럽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계정 생성 시 추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노출해 자연스럽게 플러스 계정의 선택을 유도하도록 페이지를 설계하였다. 이러한 디지털 넛지 활용 전략은 잡 매칭 서비스 신규가입자수를 무려 2배가량 증가시키는 등의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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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쓰레기통을 농구 골대처럼 만들어 무단 투기 확률을 크게 낮추는 ‘골대 쓰레기통’이나, 빈민가 폭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 제압 대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아기 얼굴 간판’을 설치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넛지가 사용되고 있다.
넛지가 만드는 바람직한 세상
- 이벤트를 통해 분리수거를 장려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나 다양한 공익광고 배치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정부 정책 등 넛지는 큰 비용이나 강제력 없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며 긍정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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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넛지가 늘 긍정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가 비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곤 하는데, 이를 ‘다크넛지’라 부른다. 대표적으로 자동결제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선택을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소비자 성향을 이용하여 음원 사이트 무료 체험 이후에 이용권을 자동으로 결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저가라고 명시해두고 결제 시 추가 비용을 부과하거나, 서비스 해지 과정을 복잡하게 설계해 해지를 방해하는 것도 다크넛지의 사례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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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적으로 선한, 혹은 악한 개념은 없다. 그것의 영향을 결정하는 것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넛지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지, 아니면 교묘한 속임수들로 비합리적 선택을 야기할지는 넛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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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우리는 넛지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적용되고 있는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선택을 종용하는 넛지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이끄는 넛지에는 속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팔꿈치가 세상을 온당하게 바꿀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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