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서
[The Psychology Times=서민서 ]
Blutgruppe Corbis의 이미지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앞세워 이세돌 9단에게 5번기 승부를 제안했다. 이 승부에서 이세돌 9단이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세돌 9단 본인도 5번기 승부를 제안받고 이렇게 인터뷰했다.
"(알파고가) 저와 승부를 논할 정도의 기량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알파고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좋은 바둑 내용을 바탕으로 승리를 가져간다.
그동안 다른 바둑 인공지능은 최정상급 프로기사를 이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놀라운 승리였다.
알파고 이후 바둑 인공지능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바둑의 신과도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알파고는 어떻게 복잡한 바둑을 통달할 수 있었던 걸까?
인생의 축소판, 바둑
바둑은 흑돌과 백돌이 한 번씩 번갈아 두어가며 서로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돌과 조화를 이뤄야 할 때도 있고, 상대돌과 싸워야 할 때도 있다. 이 모습이 타인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과 비슷하다 하여,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듯이, 바둑판 위에서는 바둑돌들이 치열하게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그림을 그려간다.
수준 높은 경기일수록 바둑판 위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머리싸움도 치열해지는데,
인생에서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거주지를 차지하는 일이 중요한 것처럼, 바둑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바둑판은 총 361칸으로 이루어져 있고, 둘 수 있는 곳은 너무나 많아서 어떤 선택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마저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여러 선택지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닮았다.
그런데 바둑과 인생이 닮아있다면, "바둑의 신과 다름없는 알파고가 우리의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어떤 지혜를 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통해 살면서 '좋은 판단 내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전통과 사회의 도움을 받아라!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아무리 컴퓨터라고 해도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들의 기보 16만 개를 5주 동안 학습했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바둑 기보 덕분에 알파고는 인류가 1000년 동안 쌓아온 바둑 지식을 5주 만에 습득할 수 있었다.
우리도 알파고와 습득 속도는 아주 다르지만, 비슷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미숙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맨땅에 헤딩을 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사람이 쌓아온 지혜와 지식 그리고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살을 빼고자 한다면, 무작정 헬스장에 가서 운동기구와 씨름하는 것보다 PT를 받거나 헬스 관련 책을 읽는 편이 현명하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무작정 거리로 나가 방황하는 것보다 모임이나 동아리에 들어가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이처럼 초보자일 때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는 편이 현명하다고 알파고는 말한다.
2.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식견을 넓혀라!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학습한 후, 알파고는 자체 대국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보를 학습했다. 또한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통해 오류를 찾고자 했다. 이러한 새로운 대국의 목적은 인공지능의 과적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과적합 문제는 인공지능이 기존 학습 데이터에 너무 고정되어,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정책 결정에서 오류를 범하는 문제를 말한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기존 생활 방식, 지식, 전통 등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 없이 정체된 삶을 살아가면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상황이 변화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흐름에 뒤처져서 행동하게 된다.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이라도 충분히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워야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알파고는 말한다.
3.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점검하라!
바둑에는 '형세 판단'이라는 용어가 있다. 형세 판단은 자신이 얼마만큼 유리하거나 불리한지 파악하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형세 판단이 대단히 뛰어나다. 매초 형세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히 얼마만큼 좋거나 나쁜지 계산해낸다.
바둑에서 형세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형세에 따라 두는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불리한 상황이라면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수를 두어야 하고, 유리한 상황이라면 안정적인 수를 선택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바라던 목표를 이루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얼마만큼 뒤처진 걸까?' 와 같이 누구나 자신의 삶을 '형세 판단'한다. 형세 판단은 냉정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박하게 평가해서도 안 되고, 근거 없이 낙관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야, '내가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라고 알파고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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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수현. (2016). 바둑관의 의의와 유형에 관한 고찰. 바둑학연구, 13(1), 35-49.
-추형석,안성원,김석원. (2016). Alphago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보고서번호:2). SPRi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경기도 성남시
-알파고란 무엇인가: 알고리즘과 학습 방법으로 이해하는 알파고 [ITWorld]. (2016). URL: https://www.itworld.co.kr/news/9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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