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The Psychology Times=황선미 ]
2022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과 2023년 1월 1일 새벽 12시 00분의 사이 시간, 전 세계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들이 속한 문화에 따라 누군가는 종소리를 들었으며 누군가는 기도를 드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로 새해를 맞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양새는 다르나 그 시각 우리 모두는 한 해를 보냈고 새해에 입문하는 의식을 치렀다. 밤 11시 59분과 새벽 12시 00분의 사이 시간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매 순간 스쳐 보냈던 60초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새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자 시간은 우리를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초대하였다.
인간은 시간에 갇힌 존재다. 이런 인간의 처지가 궁금했는지 답답했는지는 몰라도, 역사 속 많은 학자들은 시간을 연구했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구분은 시간을 자연 세계의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주관적 세계의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로 나눈 것이다. 밤 11시 59분과 새벽 12시 00분 사이의 1분을 평소와 다름없는 60초의 시간으로 규정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셈법으로 크로노스의 시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점심시간을 12시라고 정했을 때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며, 크로노스의 시간관에 따라 인간은 한 해가 지날수록 한 살 더 늙어간다.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관으로 볼 때 시간은 인간의 마음에서 내재화된다. 즉, 똑같은 60초이지만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에 들어가는 60초는 내가 작년 어떤 인생을 보냈고 현재 누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가에 따라 어젯밤 60초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간이며 체감길이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면 시간에 갇힌 존재로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시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시간을 ‘경험’으로 바꾸어도 그 의미가 동일하다. 과거의 경험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행히 경험은 돈처럼 외부 은행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억에 저장되어 내적 영역으로 존재한다. 저장된 경험을 기억하고, 상상하고, 재구성하여, 이제부터 다른 의미로 기억하는 일은 시간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적극적인 참여이다.
그렇다면 2023년 새해에 갓 들어선 지금, 새로운 시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1. 지나간 시간에 제목 붙이기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시간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 단락의 시간과 경험을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은, 그 시간과 경험에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일 년의 단위로 쪼개고 제목을 붙임으로써 우리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했던 경험을 추억하고 소유할 수 있다. 이렇게 소유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특별한 ‘때’인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 수 있다.
당신의 2022년에 제목을 붙인다면 무엇인가요?
2. 그 시간과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시간에 제목을 붙였다면 이제부터는 당신이 작년에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슬픔, 미움, 평가, 상실 등을 하나씩 제목과 연관하여 마음에 보관할 차례이다. 이런 과정이 힘든 기억을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상처 난 기억이 일상을 압도하는 일은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회고를 하는 것이다.
그 시간과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
3. 새해에 딱 하나만 다르게 한다면?
목표를 세우되 거창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마지막 팁이다. 사람의 마음은 압도되기 쉬운데 특히 스스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제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담을 시작하면 앞으로 상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내용을 내담자와 함께 목표로 세운다. 이때 가장 주의할 사항이 원대한 목표(나는 이런 목표를 인생목표라고 부른다)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목표가 거창할수록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작년에서 출발해서 목표를 만들어보자, 작년에 더해 딱, 하나만 더해보는 것이다.
당신에게 2022년은 어떠하였는가?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배웠는가?
일 년 더 주어진 시간 속에서 당신이 딱, 하나만 다르게 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 정도면 새해를 힘차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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