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
[The Psychology Times=신치 ]
옆자리에 앉은 영업 담당 과장님이 퇴사를 앞두고 있다. 나보다 한 달 먼저 입사했고, 나와 같은 직급을 가지고 있어 편집장님은 온라인 마케터로 입사한 나와 영업 담당인 과장 두 명을 각각 관리하는데 지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뽑는 영업사원은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으로 뽑아 내게 직접 관리를 하라고 하신다. 경력이 너무 많지 않고, 나이는 어리지만 영업을 해 본 적이 있거나 광고 제안서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 위주로 뽑으려고 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두 가지를 큰 기준으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하나는 다른 누군가가 의견을 제안했을 때 '안된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장 먼저 제시하기보다, 그것을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하는 사람, 그리고 시킨 일만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수익창출의 기회를 찾아내고,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면접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 첫 면접을 진행하다
다양한 언어에 능통한 높은 스펙의 면접자였다. 다른 분야의 영업 경험과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 이런 스펙에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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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회사의 콘텐츠와 해외 크리에이터 에이전시와의 콜라보 을 진행해 보면 사업적으로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오… 온라인 마케터이자 영상 기획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반가운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매달 만들고 있는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던 시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 진출에 대해 한번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 해외 시장에 매달 발행하고 있는 잡지의 출판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이라니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분야이지만 언어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나온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답은 바로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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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일단 대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문의가 오거나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미팅 약속을 잡는 것. 유선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말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의사나 생각 읽는 데 있어 표정과 제스처 등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얼굴을 마주하고 눈빛을 바라보며 영업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어찌 보면 정말 당연한 건데,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굉장히 반갑고 고마웠다.
화기애애하게 면접이 끝났다.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희망 연봉과 회사가 줄 수 있는 연봉에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편집장님에게 일을 정말 잘 할 것 같고,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채용하기를 권했다. 단지 편집장님은 그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의 선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 내 팀원으로 들어오는 데 나보다 높은 연봉을 줘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저는 괜찮아요. 누구든 많이 받으면 좋죠 뭐."
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ㅋㅋㅋ) 어찌 됐든 면접자에게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연봉을 제시했고, 2차 면접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봉이 맞지 않아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 역시 아쉽지만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연봉 이상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연이 아닌 걸로…
# 두 번째 면접
자기 사업을 한 경험이 있고, 이때 사업의 홍보 수단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키워드 검색 광고 등을 해 보면서 '광고 쪽 업무'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된 케이스다. 그 외에는 휴대폰 판매 영업, 배달 등의 이력이 있었다.
큰 기대 없이 면접을 시작했다.
사실 이 사람을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자기소개서에 존경하는 사람이 부모님이었다는 점이었다. 가정 교육이 잘 된 사람일 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차분한 사람이라는 편집장님의 말씀처럼 성격도 좋을 것 같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의사소통도 원활하게 될 수 있을 듯싶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와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실무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다.
"
엑셀은 할 줄 아시나요?"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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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아.. 마지막에서 좀 좌절했다. 일 머리가 있어서 알려주는 대로 잘 흡수해 금방 배울 수 있는 사람이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기본적인 부분을 알려줘야 하는 '내 업무가 더 늘어날'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가성비' 아니 '연성비'를 생각한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 비용 대비 효율성을 뜻한다. 면접자가 받을 연봉에 대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을 줄이려고 사람 한 명을 더 뽑는 건데 그 사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오히려 더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뽑는 직무와 관련된 업무를 해 본적도 없는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 졸업장만 가진 신입사원이 희망연봉을 대기업 수준으로 적어 놓은 걸 보면 중소기업의 면접관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을 뽑아야 되나 고민하며 편집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제 밑에 사람이 저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건 상관없어요. 일만 잘 하면요.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 들어와야지.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대략 난감하죠."
하나를 가르쳐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열까진 아니더라도 2~3가지는 스스로 척척척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앞으로 4명의 면접이 더 남아있다. 과연 적당한 연봉에 소통도 잘 하고, 알아서 할 일도 찾아서 잘 해내는 그런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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