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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신치 ]


옆자리에 앉아 있는 영업 담당 과장님이 퇴사를 앞두고 있다. 나보다 한 달 먼저 입사했고, 나와 같은 직급을 가지고 있어 편집장님은 온라인 마케터로 입사한 나와 영업 담당인 과장 두 명을 각각 관리하는데 지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뽑는 영업사원은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으로 뽑아 내게 직접 관리를 하라고 하신다. 편집장님이 원하는 사람은 경력이 너무 많지 않고, 나이는 어리지만 영업을 해 본 적이 있거나 광고 제안서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 위주로 뽑으려고 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두 가지를 큰 기준으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하나는 다른 누군가가 의견을 제안했을 때 '안된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장 먼저 제시하기보다, 그것을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하는 사람, 그리고 시킨 일만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수익창출의 기회를 찾아내고,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면접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두 명의 면접을 진행했고 첫 번째 면접자는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연봉이 맞지 않아 두 번째 면접 단계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면접자는 완전 신입이었다. 성격도 좋아 보이고 오면 사람들과 관계도 좋을 것 같았지만 결정으로 엑셀을 할 줄 모른다고 했다. 영업팀 과장님이 만들어 둔 수많은 엑셀 파일이 눈 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이 사람은 안 되겠다 싶었다.



#세 번째 면접자



꽤 규모가 있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인턴으로 일했던 곳 다음으로 첫 직장인 곳에서 일한 기간이 짧았다. 대표 직속으로 일하는 자리였는데 한 달도 못 버티고 나갈 줄 알았는데 꽤 오래 버틴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오는 대표와 클라이언트들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고 그로 인한 건강 악화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버틴 끈기를 높이 샀다. 근무 기간은 짧았지만 신입치고 꽤 많은 광고주를 관리한 실무 경험 덕분에 일을 잘할 것 같았다. 편집장님이 면접보는 중간에 가장 많은 메모를 한 사람이었고 뽑는다면 이 사람을 뽑고 싶어 했다.


나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면접자가 해 왔던 업무와 새롭게 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가 워낙 다른데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인수인계받을 때 과연 얼마나 알아들을 것인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본인이 해 왔던 경험 안에 갇혀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광고 영업 담당자로서 광고주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주로 만날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 마케팅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면접자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으나, 우리 회사로 돌아가 그가 맡게 될 수많은 자잘한 업무들을 어느 정도나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어 세 번째 면접자의 결정은 보류했다.



#네 번째 면접자



가장 많은 나이와 경력을 지닌 면접자이다. 나의 지인으로 카카오톡에서 우리 회사 본사 영업 관리 팀은 왜 계속 사람을 구하고 있냐고 물어보다가 내가 '우리 회사도 영업사원 구하고 있다'라고 툭 던진 한 마디에


"그래? 그럼 나 지원할게"


하고 지원하게 된 경우다. 그냥 한 번 내 봤겠거니 생각하고 면접을 보러 들어갈 때도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면접을 볼 때도 질문을 편집장님이 거의 다 했다. 사실 편집장님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면접 보기 전부터 부담스러워하셔서 주로 편집장님은 '이래서 하기 힘드실 텐데?'라는 뉘앙스로 질문을 했고, 면접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제가 일을 잘할 겁니다'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했다.


어찌 보면 편집장님의 사전 방어에 면접자의 끝없는 공격이었달까? 특히 마지막에 희망 연봉을 묻는 질문에



아. 직전 연봉은 일부러 안 적었습니다. 부담스러우실까 봐요.


사실 면접 보러 오기 전에 희망 연봉에 대해 들었고, 우리가 줄 수 있는 연봉과의 차이가 꽤 컸다. 그렇다면 본인이 그 연봉을 감내하고 오겠다고 한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물론 신입 혹은 신입에 가까운 면접자들에게 주는 연봉에 비해 많은 연봉을 줘야 하는 건 사실이다.


면접을 보고 나와서 내가 한마디 했다.


"뭐야, 생각보다 정말 진지하네요?"


정말 생각보다 진지하게 면접에 임해서 놀랐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오랜 시간 알아왔지만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본 게 처음이라… 경력이 있어서 일을 잘 이해해 인수인계에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점이 좋았고 광고주나 직원들과의 관계도 문제없이 잘 지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영업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했다.


편집장님은 네 번째 면접자에 대해 계속 부정적이었다. 왜냐하면 '일 시키기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나이가 많은 게 아무래도 큰 걸림돌이었다. 편집장님의 입장도 십분 이해하는 바, 결국 마지막 남은 면접을 본 뒤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다섯 번째 면접자



사실 예정되어 있던 면접자는 연락도 없이 면접에 참석하러 오지 않았다. 면접관이 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첫 번째 글을 SNS에 올렸는데 마침 지인이 자기가 해 보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입사 지원을 독려했다. 하지만 본인이 입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일 잘하는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면접자가 되었다.


몇 년간의 다양한 영업 경력과 영업을 잘할 거란 지인의 소개 때문이었는지 인상이 아주 좋았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회사 직원들이나 광고주를 대할 때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단지 면접임에도 불구하고 편집장님에게 조금은 편하게(?) 얘기하는 말투가 조금 문제였다. 편집장님은 면접이 끝나고


"~했어요" 하는 그 말투부터 지적해야겠는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섯 번째 면접자에 대해서도 두 번째 완전 신입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 업무를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사실 편집장님과 나는 다섯 번째 면접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에 조금 못 미쳐서 결국 결정의 순간에 이미 순위권에서 밀려나 있었다. 편집장님은 내게 '여자 뽑으면 안 될까?'라고 물었지만 지원자가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갈 뿐이었다.


두둥. 결정의 순간. 다섯 명의 이력서를 두고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과연 누가 적당할까? 새로운 사람이 바뀔 때마다 사무실 분위기가 많이 변한다. 한 명으로 인해 굉장히 화기애애하고 좋아질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생기면, 분위기가 오히려 안 좋아진다.


사람에 따라 롤러코스터 타듯 급변하는 사무실 분위기를 여러 번 경험한 뒤라 그런지 이번에 사람을 뽑을 때는 더욱 심사숙고하게 되는 것 같았다. 성격이 좋아서 사무실 분위기를 좋게 할 사람은 일을 잘 못해서 오히려 일을 가르치는 한 명의 업무가 과중될 것 같고,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은 연봉이 안 맞거나 성격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걱정되고.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결국에는 일을 잘할 사람을 뽑기로 했다. 경력과 나이가 많아 부담스럽지만, 편집장님의 부담스러움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실무자인 내가 같이 일하기에 좋은 사람으로 결정했다.



#출근 첫날



드디어. 곧 그만둘 과장님이 기다리던 인수인계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도 옆에서 같이 인수인계를 받았다. 하지만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그분이 물어볼 수 있는 게 더 많았다. '업무를 알아서 저렇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니' 그 상황을 지켜보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신입 사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하고 상상하자 갑자기 눈 앞이 아찔했다. 같은 얘기를 여러 번 반복해도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 같고, 인수인계를 하면 할수록 멘붕에 빠졌을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의외로 아닌 사람들도 있었지 모르지만…


그 순간 정말 이 사람을 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 그 후… 에서 다시 만나요. 3개월 수습기간을 과연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정직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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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09 18: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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