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
[The Psychology Times=신치 ]
5명의 후보자 중에 많은 경력의 신입을 결정했다. 부장님은 경력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본인이 받던 연봉보다 많이 줄여서 오는 것이 미안하긴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 오히려 기존의 담당자에 비해 연봉을 올려 주는 것이라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일을 하러 오는 사람과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연봉의 격차. 중소기업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출근 첫날
9시까지 출근인데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경력 많은 신입사원. 9시 30분부터 퇴사를 앞둔 이전 담당자로부터 인수인계가 시작됐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나도 알아야 해서 인수인계를 받을 때 옆에서 같이 들었다. 이제 시작일뿐인데 연초에 본사에 제출하는 하나의 보고서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꽤 복잡하다. 작년 매출을 확인하기 위해 작년 매출 보고서 데이터를 열어서 인쇄한 뒤에 해당 데이터를 수기로 작성하고, 이번 달 매출 데이터를 작성하기 위해 다시 지난달 초에 재경팀에 넘긴 세무 계산서 발행 파일을 인쇄해서 다시 하나하나 확인하며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보고용 파일을 작성하기 위해 우리 책을 받아 보는 사람들이 적힌 발송 리스트도 만만치 않게 복잡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신규 정기구독자에게 보내는 선물을 무엇을 주는지, 리스트에 포함해 배송업체에서 배송시킬 건지 회사에서 직접 배송을 할 건지 이전 담당자가 적어 놓은 나름의 표시로 작성되어 있어, 인수인계를 받지 않고, 그냥 파일을 열었더라면 그 많은 암호들(?)을 푸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뻔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돌아와서 오후 인수인계 시간에는 자리도 비좁고 해서 옆자리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동안 나는 내 할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인수인계하는 사람은 말을 하느라 힘들고, 인수인계를 받는 사람은 듣느라 진이 빠졌을 것이다.
#출근 둘째 날
모처럼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는데 8시가 좀 지나서 경력 많은 신입사원(나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회사 도착."
잠을 못 자 일찍 도착했다는데. 대화 끝에 내게 한 마디를 던졌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순간 왠지 촉이 왔다. 일을 못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듣고 말았다.
❝
이 회사 면접 보기 전에 면접 봤던 회사에서 어제저녁에 연락이 왔어.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회사에 가는 버스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영업 사원을 아예 뽑지 말고, 차라리 다른 분야인 에디터나 영상 편집 인원을 충원하자고 할까…
무튼 회사에 도착했고 선배는 부장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경력 많은 신입사원에 대한 리스크
회사 입장에서 보면 넘치는 경력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그가 다른 회사에 가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마케팅 쪽 일을 해 보고 싶어서 들어왔지만 결국 그의 경력에 걸맞은 연봉을 제안한 다른 회사를 거절할 수 없어 떠나고 말았다.
당연한 선택이다. 나도 같은 시간 일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해 볼까 끊임없이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 구직 정보가 있는 어플에 들어가 보는데, 우리 회사에 비하면 훨씬 좋은 복지와 조건이 있는 회사의 구직 정보를 접할 때 어느새 내 손은 '지원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선배가 다른 회사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이력서를 그냥 한 번 내본 거라 생각했는데 면접 볼 때 생각보다 진지했고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이건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다.
선배가 그만둔다고 하니 불합격 통보를 했던 나머지 4명의 얼굴이 한 명씩 지나갔다.
'아.. 이래서 가르치기 어려워도 더욱더 간절한 신입사원을 뽑는구나..'
하고 말이다.
#면접과 입사 그리고 번개 같은 퇴사
예전에 영상팀 직원이 있을 때 영상 쪽에 있던 사람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
영상 쪽은요.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성격이 좋은 게 실력이 좋은 거예요.
❞
이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좀 충격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 한 명 한 명에 따라 회사 분위기가 크게 변하는 모습을 보니 누구와도 문제없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회사의 가장 큰 복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것'이라고 하나 보다. 그런데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일을 못하면 오래 견딜 수가 없다. 본인도 함께 일하는 사람도.
일 잘하면서 성격도 좋은 사람을 찾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온라인에디터/영상 기획이나 영상 편집자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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