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
[The Psychology Times=신치 ]
종이 잡지가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서 10여 년 만에 본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적자를 면하게 되어 이대로만 가면 원장님이 약속하셨듯이 플러스 매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한줄기 빛에 담겨 있던 희망은 코로나 19로 인해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영업팀원에게 쓸 수 있는 연봉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신입사원이 아닌 경력직 사원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연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봉을 받고 일 하겠다고 했던 선배가 고마웠으나 역시 경력자는 어디서든 알아본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다른 회사에 하루 만에 빼앗기고 말았다. 절망적이었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나는 종이 잡지에 대한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 결정권 자이신 편집장님에게
❝
우리 영업팀에서 하던 총무 업무는 알바에게 시키고 온라인에디터나 영상 직원을 충원하는 게 어떨까요?
❞
라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영업팀 직원이 떠난 그 자리
첫째 날
영업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돈을 버는 것이고 우리에게 돈을 쓰고 있는 광고주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광고주 관련한 파일은 많았는데 광고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리된 파일이 안 보인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며칠만인 이제야 끝이 났다.
둘째 날
전 직원이 관리하고 있던 폴더를 몽땅 내 컴퓨터로 옮겨왔다. 폴더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큰 카테고리를 나누고, 그 카테고리에 따라 세부 폴더를 만들고, 세부 폴더에 또다시 작은 폴더로 나누어 각 폴더에 맞는 파일들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하루 종일 파일 정리만 하다가 끝났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려면 최소 하루는 더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셋째 날
인수인계를 받으며 정리해 두었던 매출을 한눈에 정리한 파일과 구독자를 정리한 파일 등을 본사로 재경팀으로 보냈다. 오전에 급하게 보낸 뒤에 외근이 있어 나가는데 한 광고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달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고 거래명세서를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외부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와 예전 직원이 보내주었던 파일을 찾고, 해당 광고주의 광고비를 찾아내 거래명세서를 만들어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른 업체에서 세금계산서 발행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는 메일에 재경팀에 확인을 요청하고 잘못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재발행 후 일이 일단락되는 것 같더니 퇴근 시간 한 시간 전쯤 재경팀에서 매출 내용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잘못된 부분을 빨리 찾았고, 그렇게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넷째 날
평소에 내가 맡던 임무를 못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편집장님과 아침에 근처 카페에 가서 회의를 했다. 그리고 우리의 결론은 전 직원이 하던 업무를 맡을 새로운 담당자를 뽑자는 것. 이미 불합격 통지를 했던 사람들의 이력서를 다시 보았다. 누구를 뽑을지 고민하다가 신입이지만 차분한 성격일 것 같은 사람을 뽑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섯째 날
오늘도 아침부터 인수인계받은 영업팀 업무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편집장님 그리고 편집팀과 회의를 하다가 다음 주에 교정받은 기사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기자가 촬영 일정이 잡혀 있어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번 주 수요일에 출근할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키자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
또 도망가진 않겠지?!
라고 편집장님이 한 마디를 던진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영업담당 직원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이전 과장님이 맡았던 일들을 해 보니 있는 동안 참 힘들었겠다 싶다. 부디 곧 그 자리를 채워줄 신입사원이 일도 잘 익히고,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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