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신치 ]


드디어 영업팀에 새로운 직원이 왔다. 이 직원을 뽑은 가장 큰 이유는 “차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차분하겠다고 판단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생활을 시골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했는데 그 시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에 가서 살고 싶다는 것과 할머니를 위해 악기 연주를 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면접을 보는 내내 눈동자의 큰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말을 했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을 한 번쯤은 만나본적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 이 칸에서 다음 칸으로 계속해서 걷거나, 끊어지지 않게 말을 이어하거나, 특정 신체부위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등 마음의 불안함이 몸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커다란 마음의 동요가 몸으로도 나타나는 사람들의 특징은 고요하게 머물러 있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요동치는 마음으로 인해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에 특정한 장애 진단을 받거나 몸짓의 움직임으로 불안함이 표현되지 않아도 눈동자를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머릿속의 생각이 끝없이 이어져 불면증 등 남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많아지고 있다.



바다에서 한번 친 파도의 물결이 잔잔하게라도 드넓은 바다를 향해 끝없이 펼쳐지는 것처럼 옆자리에 앉는 사람의 마음 상태도 얇은 칸막이를 너머 내 마음 상태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옆 사람이 다리를 떠는 습관을 가지거나 가만히 있기 힘들어할 정도의 불안한 마음으로 있으면 나도 덩달아 정신이 없어지곤 한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바쁜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현대인 증에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이들이 매우 많다. 이런 시대에 시골 생활을 몇 년이나 했고 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 보통의 도시 사람보다는 차분할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무튼. 결국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이니 내게 최종 결정을 하라는 편집장님의 말에 따라 뽑은 사람이 오늘 출근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아침부터 외근이었고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인수인계를 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 함께 외근을 가기로 결정했다.


외근은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촬영 장비를 옮기고, 촬영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벽에 붙어 있던 꽤 묵직한 의자들을 다른 벽으로 옮기는 것 정도였다. 촬영이 시작하고 얼마 후에 모델 초상권 계약서를 가지고 오는 것을 까먹은 나는 신입사원을 시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 가서 계약서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촬영을 구경하던 신입사원이 중간중간에 지루해할까 봐 사무실에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업무를 알려주고 곧 본사에 제출해야 하는 인쇄용 발주서를 만들라고 했다. 면접 때 나를 엑셀을 잘 못한다고 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시켜보니 다행히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촬영이 끝나고 오후 5시쯤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신입사원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오, 다행이네요. 이런 영상 기획이나 촬영에도 같이 갈 수 있어요. 단, 맡고 있는 영업팀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투여하는 시간을 줄이면 말이죠."

"엑셀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요. 나머지 공부하세요! ㅋㅋ"


사무실로 돌아와 편집장님에게도 오늘 신입사원의 반응과 나의 피드백을 보고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편집장님에게 신입사원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돌아왔다.



"성격이 조용하고 조심스럽네."


라며 좋아하셨다. 신입사원과 하루를 보낸 결론은... 차분한 사람으로 잘 뽑았다는 것. 물론. 시간이 지나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현재로써는 그렇고,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업무를 이해하는 속도도 빠르고, 일을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부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5497
  • 기사등록 2023-04-05 14:09:01
  • 수정 2023-04-05 14:09:1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