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연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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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는 의미이다. 선택의 기로는 오늘 점심으로 어떤 메뉴를 먹을지라는 사소한 고민부터 진로, 직업 등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짓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곤 한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반드시 결정을 해야할 땐 정답만 알려주는 신이 찾아와서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먼저 먹을지 국을 먼저 먹을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목욕을 할 때 머리를 먼저 감을지 몸을 먼저 씻을지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새로운 자동차를 살 땐 구매에 앞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참고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내가 산 집이 혹여나 시세가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결정을 오랫동안 망설이게 된다.
중요한 결정 전 최선의 선택을 하려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바로 결정이 초래할 결과 때문이다. 신중한 고민 끝에 고른 선택지가 결과적으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압 데익스테르후이스(Ap Dijksterhuis)는 결정을 할 때 고민한 시간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선택에 따른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동일한 상품 정보를 준 뒤에 구매할 물건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상품은 저렴한 것부터 고가의 상품까지 다양했다.
첫 번째 그룹은 상품의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오랫동안 고민하게 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상품의 정보를 훑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쉬면서 간단한 게임을 즐긴 뒤에 신속하게 결정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그룹은 상품이 일상용품인 경우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성능을 서로 자세히 비교한 뒤에 결정했기 때문에 최종 선택에 비교적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상품에 대해서는 후회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고가의 상품에 대한 최종 선택에 후회한다는 대답이 적었다.
압 데익스테르후이스의 실험에 따르면, 가벼운 결정을 내릴 때는 상품의 정보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이성적 사고가 제품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땐 결정 전 휴식을 취한 뒤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후회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복잡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면밀히 살펴야 하므로 뇌가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복잡해진 머리는 결국 생각하기 쉬운 몇 가지 요소만을 선택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좋든 싫든 늘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결과가 늘 긍정적이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어떻게 늘 뜻대로만 되겠는가. 필자 역시도 책임이 뒤따르는 막중한 결정을 앞둘 때면 아예 그 상황 자체를 회피해 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뒤따르는 자책감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라는 말도 있듯이,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선택을 미루거나 피하지 말고 일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가끔은 직감이 합리적 이성보다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대소사를 대충 쉽게 결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결정을 내릴 때는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고 각 선택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태는 심사숙고할 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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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왕리/김정자. (2022). 나 혼자만 알고 싶은 실전 심리학. 미디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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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_doy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