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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서민서 ]




사람은 벌거벗은 채로 태어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헐벗은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사람은 옷을 만들어 입고, 자신을 보호할 집, 가족, 공동체, 문화, 신념을 만든다. 덕분에 오늘날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한 현대인은 긴장을 풀고, 자신의 취약함을 종종 잊어도 괜찮을 만큼 안전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이런 겹겹의 보호막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혼돈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온다. 그리고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여전히 상처받기 쉽고, 죽기 쉬운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믿었던 친구가 배신하고,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했던 사회가 부패하고,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 파탄 나고, 냉정한 현실 앞에서 진로 계획이 무너지기 전까지 자신을 '긍정'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기고 혼돈이 출현하면, 자신이 긍정적인 존재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지하 세계로 추락한다. 그리고 자신이 여전히 태초의 벌거벗은 상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막 밖으로 벗어나기를 싫어한다. 심지어는 자신을 지켜주는 친구, 집단, 문화, 신념이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는 단순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취약하고, 죽기 쉬운 존재가 맞다는 사실이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 죽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사람은 없다. 


물론 자신의 약점, 단점 심지어는 한심한 모습까지 마주하는 경험은 쓰라리고 불쾌하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듯이, 지옥같은 경험이라고 해서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옥까지 뿌리를 뻗은 나무만이 천국까지 자랄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인은 비교적 풍족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제때 필요한 '도덕적 패배'를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 가질 수 있어'라는 식이다. 이 때문에 우월감은 알지만 부족함, 한계를 아는 경우는 적다.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고 말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지나치게 오만해지지 않게 경고하는 관습으로, 교만은 미끄러운 바닥과 같아서 사람을 넘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메멘토 모리'와 같은 '우울한 진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월감보다 열등감이 더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마음에 관한 공부는 이런 맥락에서 몹시 실용적이고, 도움이 된다. 바깥을 보고 외부 세계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면을 살피고 '사람을 작게 만드는 지혜'를 배워서 더 깊고, 단단한 토대 위에 자신의 삶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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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18 16: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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