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타임머신이 없는 이유
우리는 살면서 많은 후회를 가지고 살아간다. 짜장면을 먹지 말고 짬뽕을 먹을걸,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이라도 한 번 해볼걸, 학창 시절에 조금만 더 놀아볼걸, 현재 전공을 선택하지 말 걸, 있을 때 잘할 걸 등등. 완벽한 인간은 한 명도 없기에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후회가 더 슬프게 만드는 사실은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선택을 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바로 잡을 수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인듯하다. 짬뽕이야 당장 내일이라도 먹으러 갈 수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을 간절히 그리워하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인연들을 붙잡으려는 더 큰 후회들은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은 우리를 더욱 더 조여올 뿐이다.
이럴 때 '타임머신으로 후회되는 그 순간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다들 한 번씩은 가지고 살아가는 듯하다. 지나간 1분 1초들을 백업해주는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멈추고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 간절히 원하던 순간으로 돌아갔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가장 먼저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타임머신의 오작동
모두가 알다시피 타임머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시간을 거스르는 초월적인 힘에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만약 간절히 원하는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여러 가지 오류를 낳을 것이다. 위에 시간을 되돌린다면 가장 먼저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열심히 살 걸" 혹은 "조금 더 즐기며 살 걸" 등등. 하지만 이러한 명료한 답변도 지나고 보니 뚜렷해진 것이지, 거진 대부분의 인간들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 백이면 백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어쩌면 완벽한 선택이란 내 인생을 가장 최고의 높이까지 올려줄 선택만을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온 모든 선택들이 완벽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최선의 선택, 못해도 차선의 선택을 하지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훗날 시간이 지난 후에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심사숙고하여 당시에 적합한 선택을 내렸다면, 결과가 어떻든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 - 선택에 옳고 그름을 부여하지 말 것
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두려움, 혹은 질투와 부러움을 가지고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며 살아가곤 한다. "내가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의대에 갔다면 가족들이 나를 더 자랑스러워했을까?", " 내가 그때 사업에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을 만큼의 돈을 벌었겠지?" 등등.
이러한 질문의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답변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아무도 답변할 수 없고, 정답을 이야기한다면 “모른다" 일 것이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으며, 문자 그대로 ‘가보지 않은 길' 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명료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냥 다른 선택과 다른 길일뿐, 틀린 선택과 틀린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과거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고, 앞으로의 나는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쥐고 있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사라지기 때문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모든 것들은 변화에서 오기 때문에, 때때로 이런 변화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쥐고 있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변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일평생 한순간만을 가지고 그 순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순간들에 머물렀다가 떠나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의 삶이라는 스케치북 또한 비로소 다채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의 실수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간을 되돌려 얼룩을 지우려 하기 보다, 흐르는 시간을 길잡이 삼아 더 예쁜 꽃으로 피워야 한다.
타임머신이 없는 이유, 아니 없어도 되는 이유
이 글이 타임머신이 없는 이유에 답변이 되었는가? 사실 타임머신이 없는 이유보다는 없어도 되는 이유에 더 가깝다.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과거를 후회할 일도 미래를 불안해 할 이유도 없다는 말처럼, 최대한 많이 부서져도보고, 많이 행복해도봐야 우리의 인생이라는 영화가 아름답게 간직될 수 있다.
백 세 인생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인생은 누군가에게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이 인생은 순간이라는 필름들로 더 촘촘히 채워져있고, 그 순간들은 또 소중한 기억들로 채워져있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눈을 감았다 떠보니 모든 것이 마음대로 왔다가 사라지는 찰나의 꿈일지도 모른다. 무엇 하나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 없지만, 깨고 싶지 않은 꿈이던 깨고 싶은 꿈이던, 꿈을 꾸고 있으니 그저 그 속에서 묵묵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실수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다른 어떤 것들 보다도 더 많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무너질 것만 같은 순간에도,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순간에도, 우리는 슬프게도 어떠한 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말로,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돌아가고 싶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다면, 다시 되돌아가려하기 보다 그 행복했던 기억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오아시스 못지 않은 맑고 소중한 기쁨이 순간순간 찾아올 것이다. 과거의 무언가가 현재의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멀리멀리 놓아주고, 그게 무엇이 되었든 현재의 나는 후회 없이 훨훨 날아올라야 한다. 눈앞에 있는 오늘의 흘러가는 1분 1초가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오고 싶어 할 만큼!
출처
Elizabeth Howell. (2015). Time machine image. Space.com. Retrieved 2023, from https://www.space.com/30816-best-time-machines-science-fic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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