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교
[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자신이 평소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이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드러내면 나도 모르게 그 대상에 대해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최근 SNS를 통해서 많은 이슈가 되었던 메타버스 서비스 ‘본디’ 또한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큰 유행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처음에는 한 두명이 SNS에 본디 서비스에 관련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었는데, 이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SNS를 확인해보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디 계정을 소개하거나 본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이 친구도 했으니 나도 한 번 해볼까?’ 라는 느낌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우리의 행동은 나의 성향 및 의견뿐만 아니라 타인들과 나 사이의 비교로부터 영향을 받고 수정되어 표출된다.
상향비교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처럼 남들의 트렌드를 따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은 상향비교에 따른 것이다. 특정 유행을 만들고 그에 편승하여 해당 유행을 더 크게 발전시키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자신에 비해 우월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상향비교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자신 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직간접적으로, 그리고 주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따라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것인지까지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도구로서 작용한다.
상향비교의 역기능
상향비교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의 처지와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의 처지를 비교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질투 또는 부러움의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살아갈 수 없는지에 대한 좌절감도 발생할 수 있고, 이에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원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상향비교는 나 자신을 누구와 비교하는지, 어떤 속성을 비교하는지, 그리고 나 자신과 비교 대상이 놓여 있는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서 그 역기능의 정도가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했던 본디 사례의 경우, 나 자신을 일반인들과 ‘본디 사용 유무’에 대해서만 비교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개인의 일상생활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속성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등의 전자 기기와 인터넷 환경이 보장된 상태라면 유행에 탑승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든 유행을 따라가기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타인들과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사례에서는 상향비교가 진행되어도 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례도 들어볼 수 있는데, 연예계/스포츠계 유명인사와 자신을 물질적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했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유명인사들은 광고 차원이든 일상생활 차원이든 고가의 브랜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드러내곤 하고, 이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빠르게 전파된다. 물질적 가치 측면의 차이는 한 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본디 사례보다는 상향 비교 후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만약 유명인사들이 사용한다고 알려진 고가의 상품 또는 서비스가 내가 갈망했지만 누리기엔 부담스러운 것이라면, 나와 타인 간의 간극으로부터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의 정도는 더 심화될 것이다.
상향 대조와 상향 동일시
하지만 결코 상향비교가 부정적인 감정만을 불러일으킨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상향비교는 부정적인 정서 경험과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공존하도록 한다. 즉, 상향비교는 또 다시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면 이는 상향 대조가 일어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상향 비교를 통해서 나보다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면, 오히려 나 스스로도 그렇게 되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자기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상향 동일시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향비교의 두 가지 케이스는 나와 타인 간의 간극을 얼마만큼 좁혀나갈 수 있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상향 비교의 필요성
우리는 결국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을 모니터링하고 고쳐나간다. 우리 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래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과의 비교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보다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내가 이 사람들보다 위에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부여하는 충족감과 만족감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안주해도 된다는 의미심장한 악마의 목소리만 남겨줄 뿐이다.
이는 결코 자신의 사고나 행동이 가지는 가치를 과소평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분 각자가 살아왔던 방식에 대해 객관적인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자신이 목표했던 바에 이르기 위해서 앞으로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려면 상향 비교는 더없이 유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강혜자. (2016). 사회비교와 자기비교의 두 과정에 대한 분석. 디지털융복합연구, 14권(3호), 445-452.
이성준, 이효성. (2016). SNS에서의 개인의 사회비교 경험 유형 및 사회비교 지향성과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에 관한 고찰.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6권(12호), 57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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