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리
[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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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알아? 술을 배운 거야. 힘들 때 이 녀석이 있어줬고 외로울 때 이걸로 견딜 수 있었어. 좀 더 쉽게 남과 사귀고, 좀 더 편하게 상사를 대할 수 있었지. 그런데•••, 가장 후회하는 것도 술을 배운 거지. 외로운 거 이놈한테 풀고, 힘든 거 이거 마시고 넘어가고, 원치 않는 놈한테 과도하게 굽신거리게 만든 게 다 이 술이라고. 일상인란 걸 즐겨 본 적이 없어. 심심한 걸 즐겨본 적도, 한가한 걸 누려본 적도, 고민이 있으면 고독해질 필요도 있는데 그러질 못 했어. 술, 즐겁게 마셔라. 독이 된다.”
드라마 ‘미생’ 속 천과장의 대사이다. 이 대사는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 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술에 풀기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며 느끼는 외로움, 힘든 마음을 술로 해소한다. 그러나 한 번 술로 마음을 해소하다 보면 금주하기란 쉽지 않다. 통계청의 사회 조사에서 19세 이상 인구의 절주, 금주 시도는 27.3%에 그쳤고, 금주가 어려운 이유로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가 40.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스트레스 때문에’가 30.4%로 그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금주가 어려운 이유로 ‘스트레스 때문에’라는 통계가 비교적 높은 수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은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알코올을 취하고 그를 반복하기도 한다. 애착 이론의 관점으로 본다면 금주의 어려움과 중독을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애착 능력의 형성
채널A ‘요즘 가족 금쪽 수업’ 2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많이 노출되었던 ‘애착’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애착은 양육자나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정서 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도 채널A ‘요즘 가족 금쪽 수업’에서 애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아이가 만 12개월부터 3세 사이에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기억에 저장되어, 고정된 애착 패턴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처럼 임상심리학자 필립 플로레스에 따르면, 발달하는 유아의 뇌 구조는 비교적 수용적이고, 긍정•부정적인 애착 경험의 질에 의해 근본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고 한다. 그래서 이때 형성된 애착관계는 성인 이후의 행동을 결정한다.
물질 남용은 손상된 애착 능력의 임시해결책이다
알코올, 니코틴, 마약류 등 특정한 물질의 반복적 사용과 관련된 장애의 하나인 물질 사용 장애도 애착 패턴의 영향일 수 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필립 플로레스는 애착 이론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중독은 애착장애라고 말한다.
도서 『당신은 무슨 일이 있었나요』에서 아동 정신의학자 브루스 D. 페리 박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강력하고 건강한 방법의 보상은 인간관계에서 얻어지는 보상이라고 말한다.우리가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 직장 상사에게 깨진 기억들을 의미 있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소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러나 유아기 역기능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여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과 안정된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대신 알코올, 니코틴, 약물, 음식, 일, 섹스 도박 등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금주를 해도 금세 알코올을 찾게 되거나 아니면 니코틴과 같은 다른 물질을 찾게 되는 이유도 애착관계에 있다. 단주는 자가 치료 혹은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약물치료나 행동수정을 거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타인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그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방 공허함을 느끼고 다시 물질에 빠지게 된다. 그의 영향으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며, 그로 인해 오히려 대인관계 능력은 더 후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알코올을 비롯한 다른 물질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선 단약과 함께 특정한 타인과 안정 애착을 형성하고 그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중독 치료의 또 하나의 방법, 집단치료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도봉구 보건소 산하에 있는 도봉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방법으로 입원치료(해독치료), 약물치료, 재활치료, 자조모임(A.A., Alcoholics Anonymous)을 언급한다. 이 중 자조모임(A.A.)를 강조하고자 한다.
자조모임(A.A.)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부터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단주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호 간 도움을 주는 집단이다. 이와 같은 집단 치료가 갖는 장점으로는 유대, 직면, 지지, 만족감, 동일시와 같은 치료적 요인들을 통해 다른 어떤 치료법보다 애착 능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실제로 지속적인 대인관계가 위협받는 중독자는 두려움 없이 적절한 의존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러한 관계가 필요하다. 중독자들이 개인 대 개인으로 치료자와 만난다면 때로는 그 관계가 거부감이나 거리감 등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조모임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들의 사건, 감정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후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도 변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중독 예방 서비스를 지원하는 각 지역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자조모임(A.A.)을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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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알코올과 같은 물질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나의 상황, 생각, 감정을 살피고 그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 친구, 애인 혹은 그 외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 가.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처럼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말이다.
참고문헌
통계청,「사회조사」, 2018, 2023.02.19, 지난 1년동안 절주·금주시도 여부 및 금주가 어려운 이유 (19세 이상 인구)
애착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0163&cid=41991&categoryId=41991
필립 플로레스. (2018). 애착장애로서의 중독. NUN.
물질사용장애 [상담학 사전]. (2016. 01. 15).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7455&cid=62841&categoryId=62841
브루스 D. 페리, 오프라 윈프리. (2022).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부키
박예원. "A.A. 참여자의 적응유연성과 사회적 지지가 알코올 회복에 미치는 영향." 심리유형과 인간발달 21.2 (2020): 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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