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연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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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작품 '더글로리'가 흥행하면서 학교폭력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시 다뤘던 금정여고 정다금양 사망 사건, 그리고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음이 밝혀져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가수 황영웅까지 정치계와 연예계를 가리지 않고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가중되는 추세이다.
학교폭력은 엄연히 '집단 괴롭힘(따돌림)'이다. 일부 사람들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저지른 미성숙한 행동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집단 괴롭힘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간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한다는 점이다.
성인기의 대표적인 집단 괴롭힘은 직장에서 발생한다.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들에게 갑질이나 성희롱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시행되었다. 얼마나 빈번하면 관련 법안까지 발의가 되는 걸까.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그랬다기엔 우리는 이미 머리가 너무 커버린 성인들이다.
따돌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경로당 왕따'라는 말을 새롭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결국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에는 성별도, 나이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을 바탕으로 약자를 교묘하게 괴롭힌다. 왜 그런 걸까?
구성원 간 계급은 집단의 크기와 관계없이 항상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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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인지행동학 교수인 디디에 드조르(Didier Desor)는 쥐들의 위계질서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여 '쥐 집단은 그 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계급이 형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디디에 드조르는 6마리의 쥐를 한 곳에 넣어두고 반대편에 먹이를 두었다. 쥐들은 헤엄을 쳐야만 먹이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는 모든 쥐가 반대편으로 헤엄을 쳐서 먹이를 얻는 게 아니었다. 6마리의 쥐는 사전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 것처럼 피착취형 2마리와 착취형 2마리, 독립형 1마리, 천덕꾸러기형 1마리로 나뉘었다.
피착취형 2마리가 물에 뛰어들어 먹이를 가져오면, 착취형 2마리는 기다렸다가 피착취형 쥐들이 가져온 먹이를 빼앗는다. 피착취형 쥐들은 착취형 쥐들이 먹고 남은 먹이를 먹었다. 독립형 쥐 1마리는 튼튼하고 힘이 셌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를 구해와 먹으면서 자급자족했다. 천덕꾸러기형 쥐는 힘이 세지도 않고, 수영도 못했기 때문에 구석에 있다가 다른 쥐들이 먹고 남긴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 쥐의 수를 늘려도 결과는 동일했다. 심지어 착취형에 속했던 쥐만 6마리를 모아 관찰해 보니, 쥐들은 밤새도록 싸운 뒤에 같은 비율로 피착취형과 착취형, 독립형, 그리고 천덕꾸러기형으로 나뉘었다. 피착취형 6마리만 모아 관찰해도, 독립형 6마리만 모아 관찰해도 마찬가지였다. 수를 늘려 200마리의 쥐들로 실험해도 치열한 싸움 끝에 이튿날 아침에는 비슷한 비율로 계층이 나뉘었다.
연령불문 집단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도 동물인 이상, 위 실험 결과는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각 반의 학생들을 살펴보면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는 학생들, 괴롭힘을 당하거나 소외되는 학생들, 제일 힘이 없고 무기력한 학생들, 독립적으로 심지 굳게 사는 학생들이 비슷한 비율로 형성된다. 이를 미루어 보면 본성에 의해 발생한 계급사회는 마치 자연재해처럼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쥐를 포함한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이런 상황을 조정하려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고등한 인성 지능은 오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통해 형성되면서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고 올바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 가책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정의감으로 착취자와 피착취자, 그리고 천덕꾸러기가 있는 상황에 대한 중재자들의 다양한 개입이 집단 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동물의 세계에서 본능적으로 존재하는 다름에 대한 경계와 공격, 약한 것에 대한 무시와 경멸, 따돌림과 괴롭힘이 인간 세계에서는 통제되고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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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보경. (2018). 트라이앵글의 심리. 양철북
NAVER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04923&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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