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름
[The Psychology Times=이해름 ]
“네 안녕하세요”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어떨 것 같아요? 맞춰보세요”
요즘 mbti는 인사다. 소개팅 자리, 학교, 직장,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게 바로 mbti다. 서로의 것을 추측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모와 자식이 부딪힐 때도, 연인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도 ‘이래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재료가 되고는 한다. 식탁 위에서 휴대폰만 바라보고 텅 비어있던 대화의 공간도
“아 이거 완전 엄마랑 똑같네!”
“이거 딱 아빠다”
이런 식으로 채워지곤 한다.
“엄마 빨리 검사해봐, 엄마 성격상 enfj 나올 것 같아”
“요즘 회사가도 다 그 얘기더라~ 어디 한 번 해볼까?”
“헐, 엄마 isfj였어? 내가 점점 엄마 닮아가나 봐. 내 것도 이렇게 바뀌었어!“
”어머, 그래서 가족의 영향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최근 우리 집에서 오고가는 대화다. 우리 집 또한 그렇다. 보통 동생은 핸드폰만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날 식탁에서는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 가족, 엄마와 아빠, 동생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mbti 안믿어”
다른 한 켠에서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온다며 이건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mbti를 맹신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 또한 십년가량 ENFP였다. mbti를 모르던 시절, 초등학교에서 진행했던 검사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 종이에는 떡하니 ENFP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mbti가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게 된 스물 한 살 무렵에도 난 계속 ENFP였다. 그래서 매번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친구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작년 말, 내가 나를 봐도 ‘나 참 많이 변했구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ISFj가 나왔다.
‘내 성격이 이렇게 바뀌었나?’
‘새로 나온 결과가 맞을까?’
-성격과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이쯤에서 성격과 성향의 차이를 알고 넘어가야 이런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
성격과 성향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타난 정의는 이렇다.
성격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2.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나 본성. 성향은 성질에 따른 경향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 칼럼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수련생 한상근에 따르면 생물학, 유전학과 같은 인접 과학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성격이 순수하게 환경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개인이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생물학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또한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 대두되었고, 이내 이들 관점들이 통합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학문적인 영역에서는 개인이 주변 환경에서 경험하면서 형성되는 성격(character)과 애초에 타고나는 성향인 기질(temperament)을구분하기 시작하였다.
타고난 성향은 변화하지 않지만 성격은 변화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의 경향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같은 mbti라도 기질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특성으로 완벽하게 변화시키기보다는 사람마다 통제하는 능력이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시질, 즉 성향을 기반으로 삶에서 나온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해 성격을 만들어 나간다. 성격은 우리에게 있어 고유한 것이니 mbti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냐, 내가 어떤 상태에 있냐에 따라 나의 성질이 기호를 달리한다. 즉, 성격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mbti가 성향유형 검사가 아닌 성격유형 검사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따라서 mbti를 타고난 기질로 착각하여 이해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성향과 성격을 구별하여 mbti를 바라보아야 한다.
-결론
‘나는 mbti가 여러 개인가?’
이 물음에 답하자면 이렇다. 한 사람의 mbti가 여러 개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나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에 따라 나 또한 변화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타인과 나를 보다 더 잘 이해하는 것에 mbti를 사용하면 좋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나를 mbti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한상근(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 칼럼). 정신과 기질.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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