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민
[The Psychology Times=남지민 ]
사람들은 바삐 제 할 일을 해내며 사회를 살아간다. 그만큼 최근 자존감, 정체성과 같은 내면의 자아에 관한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먹고 사는 일에 시간과 관심을 더 쏟는 현실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회 속에서의 ‘나’와 홀로 방치되어 있는 내면의 ‘나’는 대비된다. 그래서 개인은 종종 두 자아 간의 이질감, 괴리감 등을 마주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우리는 왜 진실된 정체성과 영혼의 부재를 느끼는 것일까. 더불어 건강한 마음을 위해 내면 상태를 언제 인지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어떤 노력을 취해야하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기
사회에서 자신에게 정해진 역할에 따라 내면의 자신을 숨기고 타인과 마주하거나 수행하는 일을 행해야하는 일이 발생한다. 작년 교양 수업으로 ‘그림책’을 접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해보았다. 그때 만난 그림책 2권을 읽고 페르소나에 대해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략적인 책의 전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은 동굴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온 곰이 겨울잠을 깨고 일어나니 전과 달리 산업화되고 있는 환경을 마주한다. '곰으로서의 나'가 아닌 '인간 사회 속 한 부품'처럼 일을 하다가 '넌 곰이니 여기서 나가!!'란 말을 듣고 자아를 다시 깨닫고 전에 살았던 동굴로 들어가면서 그림책은 끝난다.
『잃어버린 영혼』은 젊은 시절 바쁘게 살아가던 남자가 내면의 자신을 챙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같이 자리지 못한 내면의 자아가 사회에서 지내는 '외면의 나'를 찾아 나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에서 곰이 전에는 겪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털을 스스로 깎고 공장 옷을 입는 장면이 등장한다. 개인이 사회에 발돋움하면서 맨얼굴에 가면을 쓰는 ‘페르소나’를 떠올릴 수 있다. 곰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이란 그림책에서 남성도 가면을 쓴 채로 생활하면서 내면의 자아를 잠재워두고 사회 상황에 맞춰 움직였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가면을 쓴 개인은 마음속에 있는 자신을 사회에서 발생하는 타인과의 갈등이나 고난으로부터는 보호할 수 있겠지만 ‘본래’의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개인에게 사회에서 발생되는 행동과 내면의 자아와의 인지 부조화가 유발되어 ‘무기력증’이나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음의 정체기가 지속되어 내면의 영혼이 더욱 방황하거나 그것을 방황조차 하지 못하는 먼 곳으로 고립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품 속 남성은 자신의 내면의 자아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믿음을 갖고 기다렸다. 또한 무기력한 표정을 하고 공장 일을 묵묵히 한 곰도 타인의 말 한 마디로 내면의 자아를 다시 찾아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믿음’과 ‘타인의 말’은 앞서 언급한 두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영혼들에게 ‘바뀌고야 말겠다’라는 영향력을 선사한 것이다.
사회의 나, 내면의 나와 마주하기
현실에서는 내면의 자아가 정적이고 사회에서 타인과 접촉하는 ‘나’가 동적이지만 남성의 영혼이 그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며 도리어 내면의 자아가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바쁘게 제 일을 다 해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마음 안에 있는 자신을 찾고 대화를 나눠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달렸다”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이 스스로 무기력과 내면의 방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주체적 자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곰은 모텔 직원이 한 말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깨닫고 끝내 자기를 억누른 옷을 벗고 진실된 자신으로 되돌아갔다. 이처럼 개인이 스스로 내면의 어두움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다른 이의 조언이나 위로를 통해 한 발자국씩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들이 모여 사회 안에서의 ‘나’와 마음의 ‘나’와 마주함으로써 괴리감은 사라지고 진정한 내면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힘이 생긴다. 남성의 영혼이 달려와 사회 속에 담긴 그를 위로하고, 곰이 끝내 원래 지니고 있었던 정체성을 타인으로 인해 재인지하고 본래로 되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하도록 이끌었다.
작가는 바쁘게 지낸 만큼 이치에 따라 나이가 든 작품 속 남성의 모습과 천천히 자란 남성의 내면의 영혼을 어린 남자아이로 표현해 서로 달리 흐른 시간을 암시하였다. 사회에서 각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면서 우리의 내면의 자아는 외로이 존재하고 있을까,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바삐 사회에 있는 자신을 찾아 움직이는 영혼일까. 그것은 사회의 가면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맨얼굴의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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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어도비스톡
참고자료: 그림책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잃어버린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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