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민
[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남자는 주먹’이라는 말을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순간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앞의 말처럼 주먹을 낼지, 상대의 예상을 깨고 가위를 낼지, 수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자기를 낼지.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 승패와 상관없이 이미 상대방의 ‘트래시 토크’에 당한 것이다.
‘트래시 토크(Trash Talk)’란 일반적으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상대에게 하는 쓸데없는 말이나 자극을 줄 수 있는 언행을 뜻한다. 여기에는 상대에게 하는 가벼운 도발이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상대에게 들리는 혼잣말, 심지어 심한 욕설까지도 포함되며 가벼운 인사나 잡담 또한 트래시 토크에 해당한다. 즉, 이 트래시 토크는 상대방의 집중을 방해하고 신경을 쓰게 만들어 흔히 말하는 ‘멘탈’을 부수는 일종의 심리전에 해당한다.
스포츠에서 운동선수의 심리상태는 상당히 중요하다. 축구의 승부차기 상황에서 어떤 선수는 극도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하늘로 쏘아 올리기도 하고 농구에서는 평소 슛을 던지기만 하면 넣던 선수가 승부의 접전상황에만 가면 슛을 하나도 넣지 못해 경기를 망친다. 반면, 어떤 선수들은 승부차기 상황에서 주저 없이 골문 구석으로 차 골을 넣고, 중요한 승부 상황에 족족히 슛을 던져 득점한다. 이렇게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의 심리, ‘맨탈 싸움’이 크게 적용된다. 오늘은 스포츠계에서 유명한 트래시 토크 사례를 소개해 보자 한다.
"NBA에 온 걸 환영해"
트래시 토크를 주고받는 조던과 페이튼 (thesportsrush)
농구선수들에게 꿈의 리그인 NBA(전미 농구 협회)에서는 미국의 개방적인 문화와 흑인 특유의 인종 문화가 합쳐져 트래시 토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또 종목의 특성상 농구는 공격과 수비를 양 팀 서로 수십 번에서 백번 넘게까지 오고 가며 상대 선수 얼굴을 맞대고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진다.
농구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황제, ‘마이클 조던’ 또한 이 트래시 토크를 즐겼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버리고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트래시 토크를 주로 구사했다고 한다. 관련된 전설적인 일화로 1992년, 훗날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게 되는 전설적인 센터인 디켐베 무톰보가 자유투를 던지던 조던에게 다가가 “마이클, 아무리 당신이래도 자유투를 눈감고 넣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도발을 했다. 이에 조던은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졌고 깔끔하게 슛을 성공한 뒤 그에게 한 마디 건넸다.
“Welcome to NBA”
조던의 전무후무한 농구 실력과 우아한 트래시 토크에 무톰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기가 꺾여버린 그는 자신의 팀 골대에 계속 득점하는 조던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러한 조던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던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조던을 제일 잘 막았던 선수로 평가되는 ‘게리 페이튼’이다. 그는 코트 위에서 쉴 새 없이 떠들며 상대 선수의 집중을 방해했고 때론 수위 높은 욕설을 퍼부으며 상대의 '멘붕'을 유도했다. 오죽하면 입담으로 둘째가기 서러워하는 마이클 조던마저 “그의 입에 농구공을 처넣고 싶었다”라고 말할까. 그와 동시대에 뛴 선수들은 아마도 고된 프로선수 생활로 인한 육체적인 고통보다 페이튼의 혓바닥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더 극심했을 것이다.
트래시 토크의 자기암시 효과
앞서 말한 사례들은 상대를 견제하고 심리적으로 혼란스럽게 하는데 중심을 둔 트래시 토크 사례들이다. 하지만 트래시 토크가 무조건 상대에게 도발하며 자극을 유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혼잣말로 하는 자기최면 또한 트래시 토크에 해당한다. 이를 반복해서 듣는 상대 선수는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나겠지만 해당 선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신을 무장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스스로 용기를 복 돋아주는 기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금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심리적 위안과 용기가 필요할 때, 우리도 세상에 트래시 토크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
지난기사
“나... 지금.. 떨고 있니..?” 혹시 나도 새가슴?
참고자료
NBA 1년 차 선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트래쉬 토크“. [ROOKIE]. (2021).
URL: http://www.rooki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171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ehdals73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