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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 반복된 폭력의 상처, 복합 외상 - 복합 외상의 핵심 증상 3가지 - 재외상을 일으키는 복합 외상
  • 기사등록 2023-03-28 23:25:18
  • 기사수정 2023-03-28 23: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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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손미리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화제를 끌고 있다. ‘나는 신이다’에서는 여러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이비 종교의 추악한 면을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고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에 필요 이상으로 선정적이고 역겹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감은 종교를 기반으로 한 폭력범죄를 통해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와 같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해서 행해지는 폭력을 목격할 때면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도, 가정폭력, 아동학대, 종교 기반 억압 폭력 등을 알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작지 않은 흔적에 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폭력들은 어떠한 외상을 남기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반복된 폭력의 흔적, 복합 외상


그동안 우리는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용어를 적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전쟁이나 재해, 폭력과 같은 사건을 뉴스 기사나 다른 매체로 경험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를 떠올리게 된다. 


트라우마는 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매우 다양하여 외상 사건이 일회적인지, 지속적인지에 따라 트라우마 유형을 단순 트라우마(simple trauma)와 복합 트라우마(complex trauma) 두 가지로 분류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라우마는 단순 트라우마(simple trauma)(Terr, 1992)로 일회성 사고적인 속성을 지니는 사건들(예, 자연재해, 교통사고, 911테러와 같은 테러리스트의 폭탄테러 등)로 인해 비롯된다. 복합 트라우마(complex trauma)(Terr,1992)는 사람이 고의성을 지니고 반복적, 장기적으로 행한 폭력으로 인한 사건들(예, 아동학대, 가정폭력피해, 종교 기반 억압, 장기간 동안의 참전 경험 등)로 인해 수반된다. 이와 같은 트라우마가 1개월 동안 지속될 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혹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로 진단될 수 있다.


복합 트라우마가 심각성을 띠는 이유는 학대나 가정폭력과 같이 아동기, 청소년기에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서 『복합 외상의 치료: 순차적, 관계 기반 접근』에 따르면 보통 관계적이거나 가족적 혹은 대인 관계성 형태의 외상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서조절 능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아의 완결성과 건강한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을 위협하여 정상적인 발달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외상은 또 다른 외상을 낳는다


 

Courtois와 Ford(2012)는 복합 외상 증상들의 기반이 되는 세 가지 핵심 영역을 정서조절 장애, 자기 완결성의 상실,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친밀해지는 능력의 장애로 제시하여 설명하였다. 이 세 가지 영역들은 정상적인 발달을 위협하며 재외상을 경험할 위험에 처하게 하기도 한다.


첫 번째로 정서조절 장애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적당한 경계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충분한 경계를 갖지 못해 강한 의존성이 발달하거나 자신을 규정하는데, 타인에게 휘말리고 집착할 수 있다. 또, 너무 견고한 경계를 가지게 되어 극단적인 자족을 보이거나 타인과 지나친 거리를 두는 방식을 보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들은 외상 생존자를 더 고립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아 완결성의 상실은 스스로에 대해 불량하고 부적합하고, 역겹고, 위협적이고 학대 및 방임을 당해도 마땅하다는 관점을 도입하게 한다. 이처럼 외상 생존자들은 학대를 유발한 자신과 자신 존재 자체를 비난한다. 보통 성폭력이나 아동학대와 같은 끔찍한 피해를 당한다면 가해자를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 남기 위해 화살을 가해자인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로 돌린다. “내가 학대를 당할 운명이라서”, “선천적으로 내가 나빴기 때문에” 등의 자기 혐오적이며 왜곡된 답변을 내놓는다. 이는 지속적인 학대나 성폭력 같은 상황에서 그들을 더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세 번째로 대인관계 장애는 가해자 이외의 다른 타인에 대해서도 학대와 착취를 예상하게 만든다. 그들은 위협적인 상황에 오랜기간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한다면 놀라거나 불안함을 느끼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한다. 외상 생존자는 신뢰의 어려움과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 사이에서 혼란을 경험한다. 이러한 애착 방식은 가해자에게 지속해서 의지하게 하고, 반복적 접촉을 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외상 생존자는 더 취약해지고 추가적인 외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외상 생존자를 바라보는 방식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등장한 사이비 종교 신도나 피해자들을 바라볼 때, ‘도대체 왜’, ‘왜 그렇게 속았는가’와 같은 반응들로 그들을 몰아세우곤 한다. 또,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왜 그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는가’와 시선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성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에 여러 번 노출되는 이들에게 ‘당신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된 정서조절 장애, 자기 완결성의 상실,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친밀해지는 능력의 장애 증상을 알면 피해자, 외상 생존자들이 취하는 방식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에 대한 일은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외상 생존자들은 폭력적인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기에 가해자들에게 의존해야만 했고, 자기 자신을 비난해야만 했으며, 대인관계를 맺을 땐 더 취약해져야만 했다. 


 

외상 생존자들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그들 자신을 지켜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라도 그들을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왜” 대신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말을 건네며 그들의 상처를 함께 지워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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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트라우마 [시사상식사전]. (2016. 01. 15).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3291&cid=43667&categoryId=43667

Christne A. Courtois,Julian D. Ford. (2018. 08). 복합 외상의 치료: 순차적, 관계 기반 접근. 하나의 학사

Courtois, C. A., & Ford, J. D. (2012). Treatment of complex trauma: A sequenced, relationship-based approach. Guilford Press.

Terr, L. C. (1992). Childhood traumaus: An outline and overview. In Hertzig, M. E., & Farber, E. A. (Eds.), Annuals progress in child psychiatry and child development (PP. 165-186). New York: Brunner/Ma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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