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교
[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새싹부터 시작해 꽃으로, 열매로의 결실까지 나아가기 위해서 햇빛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얼핏 보면 식물에게나 해당하는 말인 것 같지만, 우리의 삶과 빗대어 생각해보면 인간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매일매일 떠오르는 해를 보고 일명 인간으로서 '광합성'을 하며 우리는 우리의 몸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쌓아가고 있다. 결국 햇빛은 우리가 싹을 틔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대가 없이 떨어지는 보약 그 자체가 되는 셈이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햇빛,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을까?
햇빛으로 동기화되는 우리의 몸
우리가 햇빛을 받음으로써 만들어갈 수 있는 화학적 물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바로 멜라토닌이다. 뇌 속에서 수면을 통제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우리가 얼마나 햇빛을 받는지에 따라서 체내 농도가 달라진다. 아침에 햇빛을 보면 멜라토닌은 서서히 억제되면서 뇌를 잠에서 깨우고, 빛이 사라져가는 저녁이 되면 다시 분비를 시작하면서 수면을 준비하게 된다. 즉,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아침, 낮, 저녁에 얼마만큼의 햇빛을 받는지에 따라서 멜라토닌은 자동적으로 우리의 몸을 루틴화하고 수면 패턴을 잡도록 돕는다.
또 살펴봐야 할 물질은 세로토닌이다. ‘행복을 이끄는 물질’로도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세로토닌은 햇빛으로 가장 잘 활성화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는 호르몬 자체는 아니지만, 우리가 ‘즐겁다’라고 느끼는 감정들을 이끌어내는 엔도르핀 호르몬을 생성하며 행복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만큼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체적인 면역력의 향상을 이끈다. 이렇게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세로토닌을 햇빛 덕분에 우리가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받는 햇빛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신체에서 세로토닌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역량도 대폭 감소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몸이 쌓아왔던 두터운 신체적, 정신적 토대를 허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의 몸이 햇볕을 통해서 비타민D를 합성한다는 점이다. 인하대 의과대학 소속 임종한 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몸에 좋고 필요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하다고 보기엔 부족한 물질이 바로 비타민D라고 한다. 자외선이 피부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날에도 여러 가지 화장품과 장비로 무장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우리 몸에 필요한 정도의 비타민D를 완전히 얻어내지 못한다고 임 교수는 주장한다. 특히나 비타민D의 경우 체내에서 생성할 수 없고 모유에도 들어 있지 않아서 어린 나이부터 결핍이 발생하기 쉬운 물질인데,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햇볕이라는 자원을 통해서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햇볕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통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재료로서 우리의 몸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데워주는 태양
여기까지 햇볕을 통해서 신체가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하지만 햇빛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유지하게 도와주는 에너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최근 독립을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오전과 낮 중에 느껴지는 채광이 좋지 않아서 한창 따사로울 시간대에도 어두컴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창 햇볕이 쏟아져야 할 시간에 인공적인 불빛으로 내가 있는 공간을 비춰내면서, 새삼 햇빛은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몸에 필수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 이외에도 정신적인 차원에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경험담이 아닌, 수치적인 결과로도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실제로 어디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지와는 상관 없이 하루에 경험할 수 있는 일조량이 많지 않은 북유럽 사람들의 경우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인구 비율이 무려 10%에 달한다고 한다. 부족한 햇빛에 의해 불충분하게 만들어진 세로토닌이 뇌 신경계의 흐름을 깨고 불안감과 충동적인 경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하루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가을, 겨울의 계절이 오면 흔히 '가을 탄다'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는 습관처럼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부족해진 햇빛 때문에 쉽게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처럼 햇빛이 부족한 상황에는 신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결함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햇빛은 '인간'이라는 꽃의 외면적, 내면적 개화를 위해 필수적인 자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만약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거나 쉽게 우울해지고 많이 잤는데도 잠이 오는 경우, 최근 하루 종일 얼마나 햇빛을 보고 살았는지 생각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근거로 보았을 때 햇빛은 컨디션 난조 및 기분 저하에 있어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기에, 햇빛에 접근하는 정도를 차츰 조절해간다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생을 살아가며 적어도 우리에게 적이 되진 않을 햇빛인데, 오늘은 한 번 더 밖에 나가서 그 따사로움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얼마를 주고도 살 수 없는 보약을 처방받는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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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임흥수, 신동업. (2017). 햇빛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86-89.
한국인 90%가 비타민D 부족, 햇빛만 쬐도 생기는데 왜?[웹사이트]. (2019). URL: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67990#home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easonal depression)[웹사이트].(2020). URL:https://sev.severance.healthcare/health/encyclopedia/disease/body_board.do?mode=view&articleNo=66627&title=%EA%B3%84%EC%A0%88%EC%84%B1+%EC%A0%95%EB%8F%99%EC%9E%A5%EC%95%A0%28%EA%B3%84%EC%A0%88%EC%84%B1+%EC%9A%B0%EC%9A%B8%EC%A6%9D%29+Seasonal+Affective+Disorder+%28Seasonal+depression%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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