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서
[The Psychology Times=양현서 ]
직장에서 훌륭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 학교에서 낸 과제가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뿌듯한 감정 대신 ‘왜?’라는 의문을 스스로 던진 적이 있는가. 혹은 그동안의 무수한 노력으로 이룬 성과물을 단순한 행운으로 치부한 경험이 있는가.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당신은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다. 그저 완벽주의적 성향의 발현일 뿐이라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과도한 의심에는 그에 합당한 조절 능력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가면 증후군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면 증후군이란?
가면 증후군은 자신이 이룬 결과물을 운으로 생각하는 심리이다. 이를 겪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치를 훨씬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실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상황을 마주하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쉽다. 본인이 가진 능력치가 타인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할 거라 애초에 단정하는 것이다. 결국 가면 증후군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서 오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어기제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제가 아직 일에 서툴러서요”라고 말하며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예다.
가면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개인의 성별, 성격 등 개인적인 요인을 비롯해 직업이나 지위와 같이 사회적 요인 역시 영향을 미친다. 증후군이 발현되는 정도의 크기 역시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가면 증후군은 명확하게 정신의학적 장애나 증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성격특성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외 연구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해당 증후군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증상이라고 한다.
가면 증후군, 왜 위험한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거의 매 순간 경쟁을 한다. 모든 경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고, 우리는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쳇바퀴 같은 하루를 보낸다. 물론 모든 경쟁이 이렇게 단순히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수한 경쟁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의 생각 회로는 자연스레 실패와 승리에 집착하게 된다. 경기에 자주 나갈수록 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쟁이 과열된 사회를 살아가는 만큼 각자가 마주할 실패의 폭 역시 더욱 넓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를 넓은 시야에서 보는 대신 하나하나 분석하며 완벽해지는 것에만 집착한다면,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가면 증후군에 빠지기 쉽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에서 오는 긍정적인 신호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독이 될 수 있다. 경쟁에 있어 본인이 실패가 아닌 승리를 차지한 순간마저도 이 결과를 만끽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증후군은 한계가 없는 무한한 완벽주의적 성향을 기반으로 하기에, 승리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여기지 않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순간순간 느끼는 좋은 감정들과 신호를 부정해버리며 비관적인 시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근거 없는 의심으로 주변의 소중한 존재를 잃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백조알에서 태어난 존재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어봤을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기억하는가. 책 속에서 미운 오리 새끼는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고난 끝에 자신이 백조라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무수한 경쟁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한 가지는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개성에서 비롯된 ‘특별함’이다. 실패로 인해 스스로를 바꾸려 하는 대신 되려 내면의 개성을 꺼내려 애써야 한다. 만약 노력을 통해 이룬 결과가 있다면 충분한 보상을 통해 격려의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소설 속 미운 오리 새끼가 그랬듯, 자꾸만 움츠러들게 되는 환경에서도 자신을 의심하는 대신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미운 오리 새끼>의 원판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오리 무리에서 자랐으면 어떠니, 너는 백조알에서 태어난 존재인데” 결국 우리는 모두 실패와 성공만으로 재단될 수 없는 본연의 특별함을 간직한 존재다. 계속되는 실패로 지칠 때, 혹은 끝내 마주한 성공에도 스스로가 의심된다면 이 대사를 되뇌어 보자. 나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고. 순간의 좌절이 내면의 특별함까지 가릴 수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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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기연. (2023). 운동선수의 가면 증후군 경향성이 성취목표 성향과 조절초점 성향에 미치는 영향. 동덕여자대학교
헤럴드 힐먼. (2014). 사기꾼 증후군. 새로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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