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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요즘 들어 전국의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를 비롯한 학원까지 온갖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선생님, 저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이다. 자신의 아이가 시설 내에서 소동의 중심에 서게 되면 관리자인 선생님은 바로 아이를 제지함과 더불어 사태 파악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주로 어머니와 같은 아이들의 주 양육자가 선생님에게 경고를 담아서 하게 되는 말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다.

 

“애 아빠가 찾아온다는 걸 제가 간신히 말렸네요.”

 

“저는 개의치 않는데 남편이 예민해서요~”

 

왜 이들은 남편(혹은 아이의 아버지)을 강조하는 것일까? 아버지만이 아이를 기르지 않는다. 부부는 모두가 육아에 참여하며 심지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아이의 생활에 더 깊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남편 뒤에 숨기 바쁘다.

 

자신보다 더 목소리가 크고 행동이 과격한 이가 올 수도 있다는 협박일까? 아니면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한 분풀이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감정 해소를 위한 수단일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가 내려질 때가 있기도 하다. 오늘 기사에서는 일명 ‘맘충’을 통한 혐오 사회 속 책임회피와 사회적 권력 오남용에 대해 알아본다.

 




분노 표출을 통한 사회적 권력 오남용


사실 권력은 개인의 능력에서 기인한다기 보다 집단 속 계급 피라미드의 상대적 위치에 의해 발생한다. 인간과 같이 필수적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집단의 경우 권력의 효과는 더욱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권력은 집단에서 어떤 효과를 줄까? 권력이 있는 자는 남들의 노동을 통해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얻게 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소비해야 할 에너지 중 일부를 저장하게 된다. 그렇게 남은 잉여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여가와 자기 계발에 사용하게 되고 결국 다시 한번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서게 된다. 그것이 외모든 취미든 지식이든 그 어떤 분야이든.

 

권력의 힘은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 시대에 더 크게 작용한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임금으로도 적은 소비를 누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짜증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분노를 참아오다 드디어 자신이 ‘화내도 되는 때’가 왔을 때 맹수는 처절한 사냥을 시작한다. 한번 잡힌 먹잇감은 놓지 않겠다는 듯 째려보고 소리를 지르던 맹수는 사냥감이 정당한 대가 이상의 것을 바치고서야 자리를 유유히 떠난다. 사회적 권력을 오남용하는 것이다.

 

 



정말 그들의 잘못일까? 책임회피와 혐오 사회 대한민국


물론 과도하게 대상을 물어뜯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온라인상에서 비판 아닌 비난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서 엄마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먹고 있다. 특히 ‘-충’ 단어의 시작을 연 ‘맘충’의 경우 여성이라는 성별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대상이 확대되어 젠더 혐오 표현이 단순 유머로 소비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렇게 타인을 향한 무자비한 혐오와 비난을 가벼운 농담으로 둔갑시키면 진상 퇴치 유머라는 이름으로 확산하여 결국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젠더 갈등이 정점에 올라섰다. 근 5년 안에 무섭게 치고 올라와 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자리 잡은 젠더 갈등은 사실, 발 빠른 미디어 발전의 뒷면인 것이다.

 

어쩌면 ‘맘충’들 역시 이를 인지했을지도 모른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물어뜯길 수 있는 사회에서 애초에 자신이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으려는 것을 무의식중에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은 관련되지 않은 것처럼 타인을 끌어들여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상대방의 자존심을 꺾을 때까지 기다렸다 비굴한 모습을 구경하고서야 떠나는 그들이 말이다.

 

 



대한민국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스마트 기기의 보급화가 진행되었고 인터넷 광역망과 함께 이제는 누가 뭐래도 단연코 정보화 시대에 도달했다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신경 쓰다 보니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응어리진 감정을 어긋난 방향으로 뿜어낸다. 물론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것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마음을 비우고 걸음을 멈추어 쉼을 가져야 한다. 마치 끼니 사이에 먹는 달달한 초코바처럼.

 

대한민국은 현재 시각 오후 4시. 간식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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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경현.(2018).‘-충’ 결합 신조어의 의미 연구.어문학,142(),89-115.

김이경, 유미숙.(2019).맘충 호명에 대한 담론 분석: 기사 분석을 중심으로.Global Creative Leader : Education & Learning,9(1),43-63.

이종임, 박진우, 이선민.(2021).청년 세대의 분노와 혐오 표현의 탄생 :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혐오-언어’표현 실태분석을 중심으로.방송과 커뮤니케이션,22(2),5-37.

연지영, 이훈.(2020).혐오가 유머를 만날 때 : 타인 혐오를 증폭시키는 유머와 한국 사회의 젠더갈등에 대한 함의.한국정치학회보,54(4),219-250.

박성진.(2020).영장류의 사회적 행위를 통한 ‘권력’의 의미와 기원에 관한 연구.정치사상연구,26(1),41-61.

김지강. "직장인의 사회적 지위와 분노표출의 관계에서 권력감과 좌절의 매개효과 및 성별의 조절효과." 국내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7.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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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4 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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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 삶의 모토를 소개합니다.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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