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 나 혹시 치매인가? '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 병이 나와 한 걸음 가까워진 듯한 이 느낌은 갑자기 우리의 기분을 확 상하게 만듭니다. 나이가 한 50세, 아니 요즘은 나이 오십이면 청춘이죠. 한 일흔 정도 되어서 이런 고민을 한다면 그러려니 할 텐데, 아직 앞길 창창한 30대, 아직 키울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리는 40대, 이제 인생의 시작이라는 50대에 이런 생각이 들면 정말 갑자기 막막합니다.
'오늘 따라 컨디션이 안 좋은가' 하고 넘기려고 해도, 왜 인지 모르게 자꾸 깜빡 깜빡 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 같고, 친구랑 얘기하다가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오면 이전에 내가 무슨 말을 했지.. 기억이 깜깜해 지는 경험을 몇 번만 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병원을 예약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 대도 있고,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 홀로 고민을 하고 계신 것이라면 '치매' 걱정을 하기 전에 우선 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워킹 메모리 입니다.
워킹 메모리란 ?
워킹 메모리? 걸어가면서 하는 생각이라는 뜻인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때 워킹은 walking 이 아니라 working 입니다. 그러면 어떤 단어인지 조금은 감이 오시죠? 바로 '작업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즉, 작업을 할 때 사용되는 기억이라는 것이죠.
특히 작업 중에서도 '단기적'으로 어떤 정보를 '인식하고, 기억할 때' 필요한 힘, 그것이 바로 워킹 메모리 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해서 능동적으로 이해, 조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워킹 메모리가 약한 사람들의 특징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금방 잊어버리거나, 하던 얘기도 옆길로 자주 새고, 누군가의 방해나 간섭에 취약함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하나에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주의력이 낮다는 것이죠. 이것이 병적인 것이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불편함을 주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워킹 메모리 감소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일까요?
뇌도 운동이 필요하다고?
바로 '운동 부족' 현상 때문입니다. 네? 뇌에 운동 부족이요?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뇌도 우리 몸과 같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가 운동을 꾸준히 해주지 않으면, 거기다가 술이나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우리 몸에 있는 근육은 쉽게 빠져버리고 맙니다. 말 그대로 물살만 남은 몸이 되어버리는 거죠.
이처럼 근육으로 이루어진 우리 신체의 일부인 뇌 역시 계속해서 훈련을 해주지 않으면 그 기능이 저하됩니다. 대신, 열심히 훈련을 해준다면, 능력을 충분히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Improving fluid intelligence with training on working memory(작업기억 훈련으로 유동성 지능 향상시키기)' 라는 논문에서, 작업기억이 훈련을 통해 향상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훈련을 멈추게 되면 다시 작업기억이 저하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은 장기기억을 저장까지 될 수 있으니, 이 훈련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작업기억을 높일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나는 '헬스맨(우먼)', 뇌 근육 키우기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최근 어떤 분의 글을 읽고 도전해보고 있는 훈련 방법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읽기 폭 확장 훈련'인데요. 우리의 작업기억에 인지적으로 인위적 부담을 주어 작업기억의 처리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입니다.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쉬운 하나의 임의적 단어를 제시하고 기억합니다.
2) 간단한 명제를 떠올려 본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에는 비가 왔다.' 이런 일상적인 생각을 하면 됩니다.
3) 다시 쉬운 하나의 임의적 단어를 제시하고 기억합니다.
4) 다시 2)을 반복하되, 다른 명제를 사용합니다.
5) 이렇게 단어제시와 명제제시를 번갈아 가며 합니다.
6) 기억나는 단어를 순서대로 떠올려 봅니다. 처음에는 4개 이하로 제시하고, 점차 늘려가는 방향으로 훈련하면 됩니다.
저는 집안일을 할 때 이 방법을 쓰곤 하는데요. 자투리 시간을 쪼개 나의 두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처음에는 왜 이것도 기억 못하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곧 적응하면 10개 가까이 단어를 기억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런 작업기억은 성인 뿐 아니라 아동들의 학습에 굉장히 필수적인 부분인데요. 아이가 있으시다면, 저녁에 아이와 함께 '시장의 가면' 게임을 해보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 헬스맨(우먼)이 되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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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픔에 공감 받기도, 위로 받기도 원치 않습니다. 제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폭우가 내려서 아이를 낳기 싫어요, 가뭄이 들어서 우울증이 심각해 졌어요.
참고
Jaeggi S M ,Buschkuehl M ,Jonides J ,Perrig W J . "Improving fluid intelligence with training on working memo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6829-6833.
스터디포스 언어과학연구소 공식블로그 독해력 기초 훈련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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