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현
[The Psychology Times=우가현 ]
길을 걷다 스치던 누군가의 향기에 이끌려 뒤를 돌아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익숙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거나, 얼굴을 찌푸린 적은 있는가?
이처럼 우리는 냄새를 맡고서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기도 하고, 외로워지거나 행복해지기도 한다. 감정은 행동을 유발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기도, 다가가지 않고 싶을 정도로 혐오하기도 한다. 즉, 감각이 정서를 일깨우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냄새’는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어찌 보면 따라다닌다는 표현은 맞지 않겠다. 냄새는 우리 그 자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왜냐고? 우리는 항상 냄새를 풍기고 있으니까. 모든 인간은 끊임없이 냄새를 내뿜고, 다른 사람 냄새에 쉴 새 없이 반응한다고 한다.
“나는 후각에 둔해서 딱히 냄새에 반응하지 않는데? 냄새를 잘 못 맡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냄새는 딱히 중요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냄새에 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발언이다. 인간은 거의 모든 동물보다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인간의 후각이 동물보다 못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 근거를 다음 장에서 다뤄보겠다.
인간 후각의 위대함
스웨덴 리셴핑 대학교 동물학 교수인 마티아스 라스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원숭이, 쥐, 박쥐, 물개, 돼지, 토끼, 고슴도치보다도 더 확실하게 분자들의 냄새를 맡아냈다. 지금껏 ‘인간의 후각은 동물보다 못하다.’라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의 후각은 그리 훌륭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라스카의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냄새를 동물의 특성으로 한정해 놓은 채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지금껏 시각적 동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후각적 동물에 더 가깝다고 한다. 후각이 시각보다 더 빨리 반응하며 후각이라는 감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서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돌출된 형태인 코가 왜 특별한지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우선, 인간의 모든 감각은 편도체라는 기관이 통제하는데, 바로 후각만이 편도체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후각은 정서적 뇌로 직접 전달되어 우리가 느끼는 것을 변화시킨다. 냄새는 우리가 힘을 쓸 새도 없이 감정을 곧바로 유발한다. 또한, 청각과 시각은 정보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단 6초 동안 머무른다. 그러나 후각은 최소 5배가 넘는 시간 동안 단기 기억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뇌파 유도장치를 통한 실험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냄새에 관한 단기 기억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맡은 냄새를 다시 알아차릴 확률은 1초 뒤나 1년 뒤나 수년 뒤나 모두 같다는 것이다.
우리의 후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마지막 근거는 바로, 우리는 겨우 500만 개의 색깔만을 구분해 내는 시각과는 달리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들은 1,000개가량의 수용체에 의해 구분되는데, 각각의 수용체가 민감하게 지각하는 냄새 분자가 모두 다르다. 또한 유일하게 후각에 관여하는 신경 세포들은 다른 세포들과 달리 30~60일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환경에 맞춰 필요한 만큼 재생된다고 한다. 그 말인즉슨, 우리 인간은 과학적으로 모두 후각이 매우 뛰어나며 민감하다는 것이다.
좋은 냄새, 나쁜 냄새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냄새에 둔하든 둔하지 않든, 객관적인 사실에 따라 모든 인간은 매 순간 후각이 이끄는 대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냄새’라는 것이 모두에게 진하고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냄새가 나는 몸 세정액을 쓰고, 좋은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려야 하는 걸까?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러나, 꼭 인위적인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맡는 ‘냄새’는 분자이다. 실재하는 모든 것은 분자로 이루어졌는데, 이를테면 과일이나 꽃 냄새, 쓰레기나 향수 냄새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풍기는 일종의 ‘분위기’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주는 편안함이나 따스함, 불편함이나 꺼림직함 등을 말한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는 화학적 신호들을 통해 생겨난다.
따라서 우리는 몸 세정액이나 향수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분위기를 좋게 바꿈으로써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서 풍기는 냄새를 바꾸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생각,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 남을 생각하고 동시에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자세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이다.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자는 ‘향수’를 되게 좋아한다. 내가 쓰는 향수의 ‘향’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좀 더 각인시키게 도와주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에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추억 속 상대방의 향수 냄새를 맡을 때면, 한 날 함께 가졌던 추억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다시 그려지면서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향은 그날의 바람, 그날의 햇살 그리고 그날의 감정까지 다시 느끼게 해준다. 그런 향의 매력에 빠졌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고, 몇 번을 끄적여보며 느꼈다. “향수라는 도구가 없어도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오로지 나만의 냄새를 말이다. 앞으로 필자는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도전적이고, 열정적이며 나와 남 모두를 아낄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냄새를 좀 더 깊게 풍기고자 좋아하는 향수도 알맞게 뿌릴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을 정도의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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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베티나 파우재, 「냄새의 심리학」, 북라이프,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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