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The Psychology Times=정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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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공부 안 해?’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적어도 열 번 이상 부모님께 들어본 말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는가, 아니면 더 하기 싫고 더 침대에 누워 있고 싶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고, 먹지 말라고 하면 더 먹고 싶은 심리 저항 현상이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칼리굴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 부른다. 이는 1979년 미국 보스턴에서 칼리굴라 황제에 대한 영화가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상영을 금지하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영화에 관심을 보인 사례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청개구리라는 표현으로도 알려지며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었던 칼리굴라 효과. 여러 사례를 통해 해당 효과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해보면 사람들의 심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칼리굴라 효과가 생기는 이유?
칼리굴라 효과를 2009년부터 방송되어 유명했던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의 정보석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이 에피소드에서 이순재는 잦은 말실수를 하는 정보석을 고치기 위해 말을 아예 못하게 한다. 정보석이 입을 열기만 하면 앞으로 말하지 마라, 입을 닫고 살라고 타박을 준 것이다. 정보석은 다른 가족들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신세경에게 이순재에 대한 뒷담화를 신세경이 신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털어놓는다.
대체 정보석은 왜 평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 걸까? 바로 칼리굴라 효과가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본인의 의지가 막히고 제지를 받게 되면 사람은 더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며 금지 당한 행동을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우에키 리에의 <불가사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효능감을 갖추고 태어난다. 자기효능감이란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으로부터 나온 개념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의미한다. 이는 각종 사고와 정서에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자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칼리굴라 효과를 일으키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타인으로부터 특정 행위나 발언에 대한 금지 명령을 받으면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고, 그 행동에 더 주목하고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치 정보석이 말하는 것에 대한 제지를 받은 후 더 말을 많이 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부모님께서 공부를 하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명령을 받으면 자기 효능감이 침해를 받았다 느끼게 되고, 이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더 사라지게 되기도 한다.
여자만 먹을 수 있는 캔디바?
광고 업계는 이렇게 반대 심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칼리굴라 효과를 여러 카피에 사용한다. 반대 심리를 이용해 폭발적인 소비 욕구를 만들었던 대표적인 예시는 1985년 출시된 빙그레의 캔디바다. 빙그레는 ‘남자들은 참아줘요, 깨끗한 캔디바’라는 카피를 내걸고 광고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상품 사용 시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타겟을 한정 및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캔디바의 광고는 칼리굴라 효과를 이용해 타겟층을 남자는 배제하고 여자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고, ‘남자는 먹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남자들에게서 반대 심리가 작용하게 했다. 자신은 선택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강한 반발심을 느끼게 되고, 이게 소비를 통한 호기심으로 전환되어 오히려 남자들이 제품을 더 사게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해태제과가 내놓았던 껌 뷰티 알로에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제품이 처음에 낸 광고는 껌의 알로에 효능을 설명하며 2-30대 후반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후, ‘17세 이상만 씹어주세요’라는 카피 문구를 내 걸고 광고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이는 원래 타겟으로 했던 2~30대 여성이 아닌 10대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시장 1위를 차지하게 했다.
이렇게 각종 광고 업계는 타겟을 제한 및 세분화하고, 칼리굴라 효과를 이용해 소비자의 반대 심리를 끌어내 구매로 연결되게 했다. 이는 심리 요소가 마케팅과 협업하여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보여주며 두 개의 분야의 연결성을 드러낸다.
광고 속 숨어있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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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칼리굴라 효과를 광고 속에서, 주변 사람 중 누군가의 말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리 요소는 잘 안 보이는 것 같다가도 여러 분야에서 그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까지는 광고 기법의 하나라고 넘겨왔을 수 있으나 이러한 짧은 카피 속에서도 여러 심리 요소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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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정타임즈 [cctimes.kr]. (2018.08.01). https://www.cc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539611
시선뉴스 [sisunnews.co.kr]. (2015.06.15). https://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72
서울창업신문 [scnews.co.kr]. (2018.05.14). http://scnews.co.kr/news/news_print.html?section=88&category=166&no=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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