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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디서 맡아본 향이더라? -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임팩트가 되는 후각
  • 기사등록 2023-04-10 1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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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교보문고에 가면 정리되어 있는 수많은 책들과 그 속의 페이지들을 압축시켜 둔 듯한 향기가 우리를 감싼다. 일명 ‘교보문고 향’이라고 이슈가 된 해당 향기는 서점, 그 중에서도 교보문고에 가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고, 오프라인으로 책을 살 일이 있으면 다른 곳이 아닌 교보문고로 발걸음이 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윤 창출의 기회로서 해당 향을 담은 디퓨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일종의 이벤트처럼 한정 수량으로 디퓨저를 판매했지만, 지속적인 수요에 정식 출시를 하게 됐으며 해당 제품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 내 리빙 카테고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상위권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케이스가 대표적인 ‘향기 마케팅’의 예시이다. 특히나 주목해볼 점은 주요 판매품인 서적, 문구를 직접적으로 홍보하지 않고도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향기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다른 서점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향으로 소비자들을 ‘교보문고’라는 공간에 들어오도록 유도한 뒤, 원래 판매하고자 하는 것을 판매해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향기를 활용하여 소비자들에게 특정 브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을 ‘향기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비록 코로나 시대로 인해 후각을 활용한 많은 체험형 콘텐츠 및 마케팅 요소 활용에 있어 제약이 있었지만, 코로나와 연관된 제한이 최근 들어 많이 사라지고 있기에 후각이라는 감각을 사용해서 제품을 홍보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금 도래하고 있다. 




왜 하필 오감 중에 후각일까



후각은 우리 뇌에서 어떤 감각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의 방식이 다른 감각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시각, 미각, 청각, 그리고 촉각의 경우 각 감각기관에 빛, 소리 등의 외부 자극이 물리적인 차원에서 처음 접근한다. 이후 각 감각 세포를 통해 해당 신호들은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일차 감각 피질로 전달되고, 이후 필요한 영역으로의 이동을 이어간다. 반면 후각의 경우 다른 감각들과 달리 물리적인 자극보다는 기체 상태의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감각들의 경우 물리적인 자극이 각 감각 기관의 세부적인 구조를 거쳐 감각 세포에 도달하는 반면, 후각의 경우 특정 화학 물질이 바로 후각 상피에 있는 후각 세포로 전달되고 그만큼 더 빠른 정보 전달과 기억 부호화 및 인출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렇게 전달받는 신호의 양상과 뇌로의 전달 방식이 다른 후각은 다른 감각들만큼 자극을 자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각이나 청각의 경우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자극들이 눈과 귀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반면, 후각은 특별한 외부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새로운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을 뇌로 전달하기 어렵다. 자극이 전달되는 빈도가 적어서 중요하지 않은 감각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만큼 자극이 한 번 전달될 때 다른 감각들보다 훨씬 강한 수준으로 전달될 수 있으며 특정 기억과 쉽게 연합되어 우리의 감정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후각을 마케팅에 사용하게 되는데 있어 이러한 후각의 특성이 어느 정도 그 이유가 됐을 것이다. 


 


향기 마케팅의 사례



https://youtu.be/57xO-aMiHbs 영상 참조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것은 냄새 또는 향기를 동반한다. 이에 식품군이나 F&B산업은 어쩔 수 없이 제품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을 가지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던킨을 들 수 있는데, 2011년 시내 버스 내 라디오 방송에서 던킨 광고가 나올 때마다 각 버스에 설치된 방향제에서 던킨 커피 향이 분사되도록 기획된 적이 있다. 이후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해당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3개월 간 매장 방문객은 16%, 커피 판매량은 29% 늘었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풍미(flavor)에는 맛(taste)뿐만 아니라 냄새(smell)도 포함된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교보문고처럼 향기를 통한 공간 마케팅에 나선 기업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특히 호텔업계에서 향기 마케팅이 많이 사용되는데, 호텔 브랜드마다 시그니처 향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전 세계의 웨스틴 브랜드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화이트 티 향을 사용한다. 어느 곳에 위치한 호텔에 묵더라도 익숙하고 맡아본 향을 제공함으로써 낯선 공간에서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잘 보이는 마케팅이다. 반면 롯데 호텔의 경우 지점마다 다른 시그니처 향을 활용하는데, 서울 시그니엘 호텔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각각 다른 향을 개발해 사용함으로써 각 지점마다 구분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웨스틴 호텔과 롯데 호텔 모두 각각의 시그니처 향을 상품화했으며, 더 이상 호텔에 묵지 않아도 호텔의 분위기를 느끼고, 추억하고, 결과적으로 또 방문할 수 있도록 고객들을 이끌고 있다.


 


인상 깊은 후각은 결국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이처럼 후각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서, 감정과 연관 지은 기억을 만들어내고 다시 끌어낸다는 점에서 향기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여러분의 최근 일주일을 돌아보고, 향에 이끌려 무언가를 소비했거나 이용한 경험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셀 수 없이 맡았던 향인데도 또 이끌렸을 수도 있고, 여태껏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에 이끌렸을 수도 있겠다. 둘 중 어느 방식이었든 간에 향을 통해 좀 더 명확히 분위기나 이미지가 그려지는 브랜드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감각을 감히 건드리고자 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나날이 발전할 ‘향기 마케팅’ 앞에서, 주체적인 소비자로서 우리는 우리에게 좀 더 필요하고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비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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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미성, 김정희. (2011). 향기마케팅의 원리와 적용방안. 산경논집. 제주대학교 관광과경영경제연구소, 38-57.

김정훈. (2007). 후각 수용체의 후각 기전. J Clinical Otolaryngol, 18(1), 3-9.

민병찬. (2001). 인체에 미치는 향의 심리/생리적 효과. 한국정밀공학회지, 18(2), 46-53

모바일한경 [Website]. (2020). URL: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007226830A&category=AA006&sns=y

비마이비 [Website]. (2021). URL:https://bemyb.kr/contents/?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Njt9&bmode=view&idx=5602268&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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