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연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성형 강국이라고 불릴 만큼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 유달리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유명인들의 외모 관련 이슈는 잊을 만하면 떠오른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경찰 조사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의 외모를 두고도 그랬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를 "홍콩 배우 같다", "유아인보다 잘생겼다"며 칭찬하기 바빴으며, 심지어 그를 응원하기 위해 팬클럽에 가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선수의 사례에서도 사람들이 얼마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멀티골을 성공시킨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잘생긴 그의 외모는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4만 명에서 단번에 100만 명까지 급속도로 증가시켰다. 한동안 조규성 선수와 관련된 기사는 '외모' 수식어가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美 추구는 인간의 선천적 본능
unsplash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선천적 본능이므로, 잘생기고 예쁜 외모를 추앙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8년 중국에서는 당시 19세였던 '칭첸 징징'이 이성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를 저지른 뒤 공개 수배 되었다. 중국 공안국에서 그녀의 수배 전단을 온라인에 배포하자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 웨이보에서는 칭첸 징징의 화려한 미모에 대한 관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2004년 일본에서 12살 동급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나츠미 츠치'는 피해자의 목뼈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그 수법이 잔인한 흉악 범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만화 캐릭터를 닮은 귀여운 외모라는 이유로 조직적인 팬덤이 형성되며 팬픽 및 팬아트가 성행하는 아이러니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는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유행하는 얼굴상도 과거 강아지상부터 토끼상, 꼬부기상, 그리고 고양이상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특히 연예인들의 얼굴과 몸매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면서 중안부나 직각어깨, 단풍손 등에 집착한다. '나 골반 있는 편이야?'나 '골반/고관절/승마살'을 구분하는 방법' 등은 인터넷에서 지겹도록 논쟁이 되는 주제다.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외모 강박'
2017년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대중들은 외모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를 주제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대다수인 약 91%가 '우리나라의 외모지상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가 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35.6%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 중 85.4%는 '외모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답해 상당수가 외모를 경쟁력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모에 대한 집착 수위가 심해지면 '외모 강박'으로 나타난다. 외모 강박이란 외모에 대한 생각과 감정에 관심이 집중되어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저자 리네이 엥겔른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 강박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자신이 외모 강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박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불편함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화장하지 않으면 아예 외출을 하지 않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등 외모 강박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면의 아름다움만큼 내면의 아름다움도 함께 가꾸자
엥겔른은 외모 강박을 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팻 토크(fat talk)를 줄이는 것'을 제안한다. 노화, 비만, 못생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멈추고 더 가치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각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외모로 인해 좌우된다고 인식한다면 대중매체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사회적 기준을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되고, 외모에 대한 사회문화적 프레임에 따라 자신의 신체까지 왜곡시킨다.
외면을 가꾸는 것만큼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못생겼으니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또는 '나는 뚱뚱하니까 사람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식으로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겉모습을 반짝이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내면을 탄탄하게 해줄 수는 없다. 아름다움의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이 내키는대로, 하고싶은 것을 하며 행복한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지난기사
참고문헌
김샛별. (2023). "밀레니얼 세대와 외모관심도가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 : 자아존중감 매개효과 중심으로." (국내석사). 건국대학교 대학원, 서울.
아시아경제, '전우원·조민·신창원... 대중은 '외모'에 왜 열광하나'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33111073052564
오마이뉴스, '뜬금없는 '전두환 손자 외모 칭찬'보도, 왜 문제냐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14613&CMPT_CD=P0010&utm_source
=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이슈피드, '예뻐서 팬덤까지 생겼던 범죄자 TOP 3' https://issuefeed1.tistory.com/2926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외모 강박, 어쩌면 당신도' http://dongan.dau.ac.kr/news/articleView.html?idxno=3629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by_doye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