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수
[The Psychology Times=김은수 ]
오늘 하루의 당신 안에서 가장 요동쳤던 감정은 무엇인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있다.
그중 가장 화끈한 것이 분노이지 않나 싶다.
분노는 한 번 올라오면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분노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참거나 혹은 표현하거나.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 동양적 세계관은 화를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참을 인(忍)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부터, 명심보감에 따르면 “한순간의 분노를 참으면 백날 동안의 근심을 면한다. 참고 또 참아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참지 않고 조심하지 않으면 사소한 일이 크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은연중에 화가 나면 애써 외면한다. 화를 내서 분쟁을 만드는 것도 얼굴을 붉혀 껄끄러운 사이가 되는 것보다 그저 삭히는 것이 책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 꾹꾹 눌러 담다가 애꿎은 사람에게 화를 내버리게 되기도 하고 그 정도로 성을 낼 일이 아니었음에도 과하게 화를 표현할 수도 있다.
화를 내는 이유는 좌절된 욕구에서 비롯된다. 기대하거나 원하던 욕구가 존재함에도 충족되지 않고 좌절됐을 때 그에 대한 반동으로 화가 올라오는 것이다. 따라서 욕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와 화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욕구를 표현하는 세 가지 행동
소극적 행동은 자신의 권리와 욕구, 느낌 등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앞서 말한 사례처럼 상대의 눈치를 살피거나 자신의 체면을 생각해 표현하지 못한다.
공격적 행동은 자신의 욕구와 권리에만 집중하여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표현 방식이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욱하고 화가 올라왔다면 있는 그대로 그 화를 상대방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주장 행동은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쾌하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권리와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자기의 욕구는 욕구대로 충실하되 상대의 권리도 짓밟지 않는 이상적인 표현 방법이다.
주장 행동과 같이 자신의 화를 표출할 수 있다면 자신도 지키며 상대도 지키는 이상적인 답에 도달할 수 있다.
주장 행동의 방법적 요소는 자기 표현적 요소와 상대방 고려적 요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자기 표현적 요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을 솔직하게 참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말할 필요가 있으며 하고 싶은 말을 대화 초반에 꺼내야 한다. 그리고 마음에 없는 사과나 변명하지 않는다.
상대방 고려적 요소는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이해와 공감하며 경청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주어를 ‘나’로 하여 자신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말하도록 하고 하려는 말을 간단하게 하면서 오해를 줄이도록 한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상대에게 요구할 때 중요한 점은 자신에게 느껴진 바를 전달하는 거다.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고 ‘너’ 때문에, ‘네’가 그래서 등과 같이 자기 말이 진리인 것처럼 표현한다면 상대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변하면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져 버린다. 그렇기에 ‘내’가 느낀 바에 집중하여 ‘나’는 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간결한 전달이다. 말을 하고 싶다고 여러 주제를 꺼내거나 과하게 돌려 말한다면 상대에게 말하고 싶은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주제로만 간단하게 설명하여 오해를 줄여야 한다.
또 다른 고려 사항
대화를 하기 전에 유의해야 하는 점은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진 않는가 고려가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화를 내기 전에 내가 기분 상한 점은 무엇이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침착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중 나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면 인정하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며 상대에게 이야기를 꺼낼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감정이 한껏 올라온 시기를 지나 보내야 한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격한 감정이 들었을 때, 바로 표출하기보다 잠시 자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피하기 어렵다면 지금 감정 상태로 차분한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상대에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생각을 딴 데로 돌려보자.
그렇게 불처럼 활활 타던 화가 식었을 때, 차분하게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고 나서 대화를 통해 화를 표현한다.
앞서 제시한, ‘나’ 전달법과 간결한 전달 두 가지만 기억해도 나를 지키면서 상대를 지키는 화를 낼 수 있다.
어떤 감정이든지 간에 당신 안에서 피어올랐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말을 할 수 있는 감정이든 차마 말할 수 없더라도 그런 감정이 떠오른 것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느꼈을 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에서든 화는 날 수 있다.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적절하게 내지 않는다면 애꿎은 상대에게 화가 가거나 과하게 표현되어 후회가 뒤따른다. 화를 내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기주장을 하는 법을 몰라서 참고만 지내왔기 때문이다. 감정에 휩쓸려 화를 내고 후회하고 다시 참는 악순환을 겪는다.
화를 내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상처받은 당신을 외면하지 말고 지켜주는 방패를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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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심리상담센터, “자기 주장과 공격적 행동의 구별 및 올바른 방법”, 20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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