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빈
[The Psychology Times=정채빈 ]
“쟤는 A형이라 소심해”, “나는 B형이라 뒤끝 없어” 같은 말들, 지금은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혈액형으로 네 가지 성격을 나누고 혈액형 별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믿던 시절이 존재했다. 혈액형과 비슷한 맥락으로는 별자리가 있다. 예를 들어 ‘사자자리는 자존심이 강하고 화를 잘 내지 않으려고 한다’, ‘물고기자리는 현실에 적응을 잘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같은 식이다. 이런 테스트들을 하면 가끔은 정말 내 성격과 맞아떨어져 ‘이거 진짜인가?’ 싶을 때도 있다. 이런 테스트들은 어떻게 혈액형, 별자리같이 성격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성격과 관련 있어 보이게 만드는 걸까?
이런 종류의 테스트들은 바넘 효과 (The Barnum Effect)의 덕을 보고 있다. 바넘 효과는 인지 편향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성격 묘사를 보고 그것이 자신의 성격과 맞아떨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이 효과는 서커스 단장이었던 P.T. Barnum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관객의 성격 특성을 정확히 맞추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바넘의 수법은 모두가 가진 보편적인 성격 특성을 애매하게 말하는 것 (당신은 어느 정도의 변화를 즐긴다, 당신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가끔 우울감을 느낀다 등)과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특성에 대해 말하는 것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한다)이었다. 즉 이러한 테스트들이 우리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져 보이는 이유는 테스트에서 설명하는 성격들이 우리 모두가 가진 보편적인 특성들을 모호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WHY?
우리는 왜 이런 단순해 보이는 효과에 넘어가는 것일까?
이런 성격 테스트 결과들은 “이것이 당신의 성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Snyder and Lazson의 실험에서는 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양쪽 그룹에 같은 성격 검사 결과를 제공하였다. 그룹 A에는 ‘이 성격 검사는 당신 고유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룹 B에는 ‘이건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해당하는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을 때의 반응을 살폈다. 실험 결과는 그룹 B에 비해 그룹 A가 성격 검사 결과를 본인의 성격과 같다고 믿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격 검사 결과를 생각해보면 보통 ‘이 결과가 당신의 성격입니다’라고 하지 ‘이것은 전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해당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즉 이러한 검사 결과들은 ‘이 결과는 오직 당신에게 해당하는 당신의 성격입니다’라고 암시함으로써 성격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높인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호의적인 말을 듣고 싶어 한다. Sundberg를 포함한 여러 심리학자들은 테스트 검사자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더 본인의 성격이라고 받아들였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우리가 흔히 하는 성격검사 결과를 생각해보면 보통 긍정적인 말을 더 많이 하는데 이가 바넘 효과를 불러일으켜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믿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혹시 MBTI도?
MBTI는 성격 검사 도구 중 하나지만 다른 성격 검사 도구들에 비해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신기할 정도로 내 성격을 잘 맞추는 MBTI도 바넘 효과 때문에 이렇게 정확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에 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어떤 학자들은 MBTI 검사 결과가 호의적이고 애매모호하여 바넘 효과를 촉발시킨다고 하지만 Lamond를 포함한 다른 학자들은 MBTI가 정식적인 성격 검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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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THE 'BARNUM EFFECT' IN PERSONALITY ASSESSMENT: A REVIEW OF THE LITERATURE (Dickson and Kelly, 1985)
Moving Beyond the MBTI The Big Five and Leader Development (Gerras and Wong, 2016)
Personality assessment usage and mental health among Chinese adolescents: A sequential mediation model of the Barnum effect and ego identity (Hua and Zhou, 2023)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Evidence Of Its Validity, Reliability And Normative Characteristics For Managers In An Australian Context (LAMOND,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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