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당신은 자동차를 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지로 운전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가고 싶었던 여행지와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까지, 이게 얼마나 꿈에 그리던 순간인가!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한시라도 더 일찍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당신은 전속력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늦게 도착하면 얼마 전 텔레비전에도 나왔던 유명한 레스토랑의 자리가 다 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몇시간을 쉬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시속 120 km, 130km, 140km…맙소사. 전속력으로 오랫동안 달린 탓인지 엔진 과열로 당신의 자동차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멈추게 되었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 일단 최고급 레스토랑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동차가 다시 운행할 수 있을 정도로만 엔진을 식힌 다음, 서둘러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가 혹은 자동차가 완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가지며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인가.
뜬금없이 무슨 자동차 이야기인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위 예시는 쉬지 않고 오직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우리의 삶을 일상생활에 빗대어 표현한 예시였다. 우리는 간절히 원하는 어떠한 목표를 향해 늘 끊임없이 달리는 삶을 산다. 심지어 때때로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에 그저 달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있음에도, 혹은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뤘음에도 왜인지 허망하고 공허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치 사춘기 학생처럼 세상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맨 처음 목표를 정하고 의욕 충만하던 나와 다르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극심한 무기력함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당신이 게을러서도, 의지 부족이어서도 아닌 번아웃 증상 (burn out symtomps)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번아웃 증상은 문자 그대로 ‘burn out’, 모든 것이 다 불타 없어진 것 같은 공허하고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는 증상으로 주로 어떤 일에 몰두한 다음 빈번히 나타난다. 3년 혹은 +n년을 노력하고 준비한 수능, A를 놓치면 안 됐던 전공수업, 승진이 달린 중요한 프로젝트들 등등, 각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간중간 지치는 자신을 발견하고 종종 자신이 게으르다거나 목표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등 ‘지치는 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자동차 예시처럼, 특정 무언가에 몰두하며 끊임없이 달리게 된다면 인간도 자동차와 같이 연료가 떨어지거나 과열이 된다. 그 아무도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멈춘 이유를 자동차가 이상하게 만들어져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저 오랜 시간 동안 달려왔으니 잠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고, 재정비 후 다시 목적지까지 달릴 수 있음을 우리가 모두 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때때로 핀잔을 주고 모질게 대하곤 한다.
번아웃 증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으르게 사는 사람에게는 드물게 나타난다. 의지박약과 게으름과는 거리가 먼, 성실하고 열심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이는 번아웃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열정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몸의 신호이다. 휴식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닌, 더 많이, 더 오래 나아갈 수 있도록 자동차에 연료를 넣어주고 재정비를 해주는 것과 같이 필수적인 것이다.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 것처럼 허망하고 공허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주위의 모든 것을 흐리게 보이게 했을 만큼 당신의 열정이 뜨거웠다는 뜻이다. 그 공허한 감정은 적어도 당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라는 것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의 텅텅 빈 허무한 감정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노력이 쓸모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잿더미들이 땅을 비옥하게 하여 꽃과 나무를 피우듯 당신을 더욱 단단히 하여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피워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무엇도 늦은 것도 없고, 그 무엇도 낭비된 것은 없음을 기억하고 가끔은 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만큼, 자신에게도 모질게 대하지 않고 어린아이를 대하듯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었으면 한다 -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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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두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번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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