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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축구에서 정규시간과 연장시간에도 동점을 이루어 승부가 나지 않을 때 양 팀의 선수들이 번갈아 가면서 페널티 킥을 차 승자를 정한다. 이것을 우리는 승부차기라고 부른다. 월드컵이나 대륙 간 대회와 같은 토너먼트에서는 무승부 없이 승자와 패자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 규칙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하나 슛을 넣고 못 넣고에 따라 각 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며 보는 사람마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승부차기를 두고 혹자들은 ‘11미터의 러시안룰렛’이라고도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부차기 역시 강팀이 유리하고 흔히 말하는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수들이 승부차기에 강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승부차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준 사례를 우리는 축구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 스포츠과학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가이르 요르데 박사는 "승부차기에서는 가장 유명한 슈퍼스타들이 덜 유명한 선수들보다 적은 골을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승부차기에서는 기술적 측면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더욱 작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즉, 선수가 킥을 차기 전부터 선수의 심리상태에 따라 결과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지네의 딜레마


지네의 딜레마는 지네가 걷는 행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걸었을 때는 잘 걸었지만, 어느 발부터 내딛는 게 맞는지 의식하며 의도적으로 제대로 걸으려고 하니 오히려 걸음이 꼬이고 넘어졌다는 캐서린 크래스터의 동시에서 유래된 이야기다.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평상시에는 잘만 되던 행위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해서 의도적으로 잘하려 하면 오히려 잘되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축구의 승부차기에서도 이 지네의 딜레마 현상이 나타난다. 

 

승부차기는 이론상 키커에게 매우 유리하다. 골문과의 거리도 가까울뿐더러 키커가 찬 공의 속도가 골키퍼의 반응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키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성공해야 하는 기회, 즉 넣어야 본전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쉬운 기회와 연습과 다른 실전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키커에게 부여하게 되고, 부담감을 짊어진 키커는 골문 앞에서 생각이 많아지며 결국 실축하게 되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그들의 타 선수보다 높은 명성, 소위 말하는 ‘이름값’의 기대치에 충족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일반 선수들보다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포츠 감독과 코치들이 선수에게 마음을 비우고 편한 상태로 경기에 임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네가 먼저 차!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승부차기에서 먼저 맞는 매는 매우 두렵고 아플 수도 있다. 승부차기 순번에 따른 심리적 경험 추이 연구(이성호-윤영길, 2020)에 따르면 선수들은 승부차기 상황에서 1번 키커로 나서는 것을 제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키커의 역할은 슛을 성공시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다음 순번의 키커들이 심리적으로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슛을 찰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중요한 순번이다. 이러한 이유로 1번 선축을 맡게 되는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슛 성공에 대한 압박감과 실패 시 팀 사기 저하에 대한 두려움 등의 심리적 상태를 보였다. 

 

다음으로 선호하지 않는 순번은 5번으로 자신의 슛 성공 결과가 팀 승리와 패배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므로 선수들이 강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로 인해 실제로 승부차기 상황에서도 1번과 5번 키커들은 대부분 팀의 베테랑이나 에이스들이 전담한다. 

 

상대적으로 2번, 3번 키커들은 편안한 심리상태를 보인다. 이는 승부차기 특성상 중간 순번인 이들의 슛 성공 여부가 직접적으로 팀의 승패를 정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뒤에 기회가 더 있기 때문에 편안한 상태로 승부차기에 임하게 된다. 이들은 앞서 말한 ‘지네의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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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성호, 윤영길. (2020). 승부차기 순번에 따른 축구선수의 심리적 경험. 스포츠사이언스. 제37권 제2호. 301-311

박해용, 홍준희. (2002). 축구 승부차기에서 선수들의 심리적 전략 분석.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제13. 제1호 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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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3 2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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