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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우가현 ]



점점 곁으로 다가오는 마약



지난 3월, 서울 동대문구의 중학생 A양이 마약 투약을 하다 실신해 엄마가 신고한 사건을 알고 있는가? 만 14세 A양은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자와 접촉하여 비트코인 40만 원어치를 건넨 뒤 강력한 마약인 필로폰을 구매했다고 한다. 

 

필자는 A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B양을 섭외하여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Q. B양은 해당 사건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A. 우리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마약을 했다는 사실에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놀랐어요.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옆 학교의 친구들도 마약을 함께 했거든요. 마약이 전만큼 범접할 수 없는 범법의 세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처럼 마약은 10대들 사이에서조차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 마약서범은 2018년(104명)에 비해 2022년(294명) 약 3배 증가했다. 대검찰청은 10대 마약사범 증가의 원인을 ‘스마트폰 이용의 보편화로 인해 마약류 범죄에 대한 무차별적인 노출’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값이 피자 한 판 값이 됐다.”라고 말했다. 즉, 마약값이 낮아지면서 젊은 층도 마약 구매력을 갖게 되자 마약류 범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얼마 전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집중이 잘 되는 음료라고 하면서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뉴스에서는 매일 연예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마약사범의 마약 보도가 나오며, ‘마약왕’, ‘수리남’ 등 마약과 관련된 영화도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UN 기준 상 10만 명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여야 마약 청정국인데, 2015년부터 한국은 이미 이 기준을 넘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직 미성숙한 10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마약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이다. 




마약이라는 중독적인 약물



도대체 마약이 무엇이길래 중독을 유발하는 것일까.

마약향정신성 약물이다. 향정신성 약물이란 우리의 뇌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다. 이는 그 작용에 따라 흥분제, 진정제, 환각제, 아편의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그중 환각제가 마약으로 분류된다. 환각제는 우리의 지각과정에 이상을 일으켜 환각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대마초라고 하는 마리화나와 LSD가 있다. 

이러한 향정신성 약물은 지속해 섭취하면 중독이 되는데,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내성과 금단이 있다. 내성이란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많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고, 금단이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증후군으로 불안, 손 떨림, 집중 곤란 환각 등이 있다. 

 

인생이 힘들다면, 마약이 너무나 궁금하다면, 한 번쯤 그냥 해버리고 나중에 강한 나의 의지력으로 벗어나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 없다.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이 되면, 우리는 의지력만으로 벗어날 수 없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향정신성 약물은 뉴런 사이의 시냅스에서 정보의 정상적인 전달을 방해한다. 바로 물리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발바닥에 못이 박혔을 때 느끼는 고통을 강한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독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단순히 힘든 정도가 아닐 것이다. 

 



중독의 악순환


악순환? 어떤 원리로 중독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동기의 대립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동기에서 대립 과정이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반대로 나타나는 동기(반응)이다. 다시 말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끝나면, 곧바로 그와 반대되는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정신성 약물은 처음에는 쾌감을 가져다주지만, 그 쾌감이 끝나고 나면 우리의 몸과 기분은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쾌감과는 반대인 불쾌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만일 우리가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1등 상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중립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기대의 반대인 ‘실망감’으로 채워진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랑이 끝나면 고통이 찾아온다. 

 

이러한 동기의 대립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동일한 자극을 지속해 경험하면 첫 번째 반응은 줄어들고 곧바로 오는, 반대되는 두 번째 반응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마약을 먹는 사람들은 그 짜릿한 맛을 점차 덜 느끼게 되는 내성과 섭취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금단 증상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되면서 결국 동일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중독의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현실이 싫다면 



브루스 알렉산더는 말한다. “약물 중독은 약물의 약리적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사회의 복잡한 조직 때문이다.“ 즉, 중독은 마약 내의 성분 때문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영향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약물에 손을 대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구적이지 않고, 문화적인 굴레가 바뀔 때 다시 말해, 좀 더 행복한 환경이 내게 주어질 때 중독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필자는 사회에게 책임이 있는 ‘환경’이라는 중독의 원인 역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주변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약물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살만하다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모두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유 의지를 갖추고 힘든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앞서 설명한 수많은 연구가 과학적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따라서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 의지대로 행동하라. 약물을 복용한 후에 내 의지로 중독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말고, 그 전에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라. 현실이 싫다면 좋아지도록 만들고, 약물이 궁금하다면 그래도 참아라.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다른 것을 통해 충족시켜라.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래도 노력하라.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니. 

 

다시 한번 강력한 마약이라는 중독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요즘 우리의 일상에서 ‘마약’이라는 것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 마약이라는 것이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있으며 접근도 용이하다. 언젠가는 한순간에 우리의 눈앞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 내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실이 힘들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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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상규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명예교수·박상규심리상담연구소 대표, ‘마약중독 100만명 시대, 아이들이 위험하다.’, 한국일보, 2023.04.15.

박건영 기자, [아는기자]‘마약 청정국’ 지위 잃은 한국…“피자 값이면 구입”, 채널A, 2023.04.06.

김지혜 기자, "ㅇㅇ아파트 잔디"... 10대 마약 온상된 SNS, 배달처럼 주문한다, 이데일리, 2023.03.21.

송원형 기자, 구아모 기자, 갈 데까지 간 마약,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음회… “통제 시스템 무너졌다”, 조선일보, 2023.04.06.

강현식, 『한 번 읽으면 저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메이트 북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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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3 2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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