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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해름 ]



오늘도 어김없이 옷장 문을 열고는 중얼거린다.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뭐 입고 나가지?” 

 

그렇다. 남녀노소,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다. 나 또한 후드 티를 걸쳐도 될 만큼 편한 곳이 아니라면 “뭐 입지? 입을 게 없어 옷 좀 살까?” 라는 말을 뱉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한 번이라도 이러한 현상에 ‘왜?’ 라는 의문점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이런 현상을 두고 ‘자연발생적 옷장 기능상실 증후군’ 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인정받은 증후군은 아니다. 캐럴라인 냅 작가의 책 <명랑한 은둔자>에서 소개된 표현이다. 꽤 그럴싸하지 않은가? 실제로 이 단어 하나로 동서양을 막론한 인간의 심리를 보여줄 수 있다.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는 책을 한 번 펴 본 사람들은 “내 이야기 아닌가?” 하며 책을 집어 갈 수 있는 내용을 지녔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점은, 내 이야기 같으면서도 나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이거보다 나은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아닌데?‘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은둔자를 꺼내 보이면서도 거식증을 앓을 만큼 진지하고 심각했던 인생을 통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라고 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의 나’ 와 ‘사회적인 나’ 를 가지고 있다. 그 비율이 제 각각일 뿐인 것이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서 고독과 고립을 구분 지어 우리에게 던진다. 고독한 시간은 때로는 나라는 사람을 돌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토닥토닥 달래어 내일 눈을 뜰 힘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립은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캐럴라인 냅은 말한다.

“자연발생적 옷장 기능 상실 증후군은 어떤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옷들이 갑자기 이유 없이 죄다 부적절하고, 맞지 않고, 흉하고, ‘하여튼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증상으로는 불안, 스트레스, 짜증의 눈물, 강박적인 패션 잡지 탐독, 구슬픈 어조로 ‘입을 옷이 없어’ 하고 자주 말하는 것 등이 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예후는 심각하다.”

 

자아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은 내면의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결핍을 옷을 갈아치우는 방식으로 메꾸고는 한다. 계속해서 더 나아 보이는 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에 걸쳐 “입을 옷이 없어”라는 말을 완전히 떼고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꼭 고쳐야 할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혼자의 나’ 와 ‘사회적인 나’ 를 가지고 있다. 그 비율이 제 각각일 뿐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일지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라고, 두 가지가 발맞추어 가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친구는 말했다.’  (p.307, 명랑한 은둔자)

 

옷장을 채우고 옷걸이를 내리고 올리는 일은, 계절이 바뀌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나의 결핍을 갈아치우기 급급하게 채우기 보다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는 것으로 방법을 달리해보면 어떨까? 

 

결핍을 애써 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랑한 은둔자> 에 나온 구절로 함께 마무리를 지어보자.

 

‘그래서 나는 쇼핑하러 갈 것이다. 내 능력 것 문제를 풀 것이다. 어쨌든 이번 고비는 넘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옷장이 언젠가 다시 기능부전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안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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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캐럴라인 냅. (2020). 명랑한 은둔자. 바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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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1 20: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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