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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결정짓는 나의 유전자 - 유전자 결정론과 우생학을 타파하는 환경이라는 이름의 영향력
  • 기사등록 2023-04-26 14: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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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당신은 우울장애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울장애는 흔히 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우울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타인의 의도를 알 수 없음에도 계속 멋대로 추측한다. 또 하루 대부분에 걸쳐 기분이 가라앉고 슬프기만 하다. 이들은 왜 우울해졌을까? 힘든 일을 겪었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면 모두가 우울해지는 것일까? 사실은 남들보다 조금 더, 우울해지기 쉬운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모두 유전자로부터 결정된다.

 



덜 행복하고 더 예민한 그들


우울장애를 겪는 이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세로토닌의 수용체 5-HTT의 프로모터가 짧다는 특징이 있다. 세로토닌은 수면과 식욕을 권장하기 때문에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로토닌 수용체의 프로모터가 짧으면 세로토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없어 세로토닌 분비량이 보통의 사람보다 1/3이나 줄어들게 된다. 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코르티솔의 분비는 높아져 평소보다 더 예민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덜 행복해지고, 더 예민해지는 것이다.

 

이들의 뇌 회로 역시도 우울이라는 감정에 취약하게 구성되어있다. 앞서 언급한 세로토닌, 코르티솔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전전두엽 피질, 편도체, 해마, 슬하전두대상피질, 브로드만 영역 25의 순서대로 전달되어 인간이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중 해마와 슬하전두대상피질의 크기가 작으면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우울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우울장애의 발병 원인을 단순히 환경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생학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이러한 생물학적 기작을 설명하고 남녀 몇 사람들은 우울장애의 발병 여부는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하늘의 계시이며 그것을 바꿀 수 없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우울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만 격리해야 할까? 그들끼리만 결혼하고 그들끼리만 아이를 낳아 그들끼리만 우울을 공유하게 하여 영원히 우울을 겪지 않을 ‘정상인’들을 만들어야 하는가? 성인의 20%가 심각한 우울증을, 25%가 경미한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을 정도로 우울 장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다. 당신은 과연 대한민국 전체 인구로 따지면 약 1천만 명에 해당하는 이들을 도태되어야 마땅할 무능한 개체들이라 칭할 수 있는가?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하나의 특성이 언제나 추앙받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공간의 변동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특성은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과거에는 뚱뚱한 사람을 미의 기준으로 여겼으나 현대에 이르러 마른 체형을 선호하게 된 것처럼, 우울한 이들의 예민함이 생존에 뛰어난 기질로 선택받을 시대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말인즉슨 모든 특성을 ‘우’와 ‘열’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우울은 전염된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도 우울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우울감에 압도되어 침대 밖으론 나올 수 없는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감정의 탄력성이 큰 사람들은 이에 맞서 싸울 능력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찾고 실패를 극복하여 용기를 갖는다.

 

하지만 우울 장애를 겪는 이들은 남들보다 칼이 짧다. 거대한 괴물을 향해 소리치기에는 목소리가 작고 겁이 많다. 차마 홀로 다 끌어안을 수 없던 나머지 감당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모두가 동일한 칼을 쥐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을 향해 나을 의지가 없다는 둥 치료에 대한 성실성이 부족하다는 둥의 지적을 날리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두 문장이 시사하는 바는 뚜렷하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의지하고 끌어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울장애 내담자들의 부적응적 사고방식을 적응적 사고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면 내담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우울 장애 내담자 중 40%는 3개월, 80%는 1년 안에, 심지어 일부는 치료 없이도 회복이 가능하다. 모든 우울장애 내담자를 의지도 없는 도태자라 이르지 마라.

 

그들은 어디까지나 조금 덜 행복하고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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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ald J. Comer. (2017). 이상심리학. 출판지:시그마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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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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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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