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채현 ]  


사진: Unsplash의 JESHOOTS.COM

최근 Z세대들 사이에서 ‘거지방’이 유행하고 있다.

‘거지방’이란 개개인이 지출 내역을 올리면, 합당한 지출인지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여 질책 혹은 칭찬을 해주고, 질책의 내용이면 반성하도록 하며, 절약을 독려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지출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개개인이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오픈채팅방에 모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함께 목적을 달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스로를 ‘거지’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한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이야기한 “인상관리 전략(Impression management)”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하지 않고도 만들어질 수 있는 “행동 잔재”를 관리한다“라고 한다. 그런데 ‘거지방’에서는 긍정적인 표현이 아닌 ‘거지’라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자조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는 ‘거지방’의 특징 중 하나인 오픈채팅방의 ‘익명성’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자신을 ‘거지’라고 표현한다면 타인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는 부담이 있어 표현하지 못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신원에 대한 정보들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는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타인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조차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 절약하는 마음을 갖고 실천해도 되는데 왜 ‘거지방’을 통해 하는 것일까?

사람이 갖고 있는 태도는 많은 경우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정당화를 하며 스스로의 행동이 납득되도록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 내가 대상, 행동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 2. 타인의 시선에 대한 주관적 규범, 3. 나의 통제력 지각” 

이 3가지가 높아질수록 행동 의향이 높아지고, 행동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3가지 중 하나가 압도적으로 높아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거지방’은 타인이 나의 지출 내역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나의 지출 내역이 합리적이라고 동조해줄지, 아닐지에 대해서 주관적 규범을 예측할 수 있으며, 실제로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2번이 높은 상태이므로 지출을 절약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타인이 존재할 때는 평가에 대한 불안이 생기며, 각성이 유발된다.

사람에게는 유능성 욕구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그냥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성취욕구를 갖게 된다. 따라서 소비를 타인이 평가해주는 ‘거지방’의 특성으로 인해 남들에게 인정받는 소비를 하거나, 소비하지 않는 목적을 달성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는 셈이다.


즉, ‘거지방’이 단순히 Z세대들의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기보다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를 줄이겠다는 간절함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기사

고층이 ‘권력의 상징’이 된 이유

‘솔직해질 용기’가 있는 일기

당신은 하루에 몇 번 ‘진짜 미소’를 짓나요?

보호자와 반려견이 닮은 이유는?

행운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참고문헌]

-소유섭, 박종우, 서용선. (2019). 일-학습상호작용이 학습만족과 학습전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글로벌경영학회지, 16(5), 99-116.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20256

-연승 (2023.04.17). '영끌'해서 샤넬백·슈퍼카 사던 MZ '거지방'에 모여 '이것' 한다.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9OC6F04WS

-윤혜정, 이한별, 이중정. (2017). 사용자의 성격에 따른 정보의 통제와 투사 전략: 인상관리를 위한 소셜미디어의 활용. 지식경영연구, 18(3), 151.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273059

-이인호 (2003.04.25.). 익명표현의 자유. 정보인권.

http://www.privacy.or.kr/archives/1400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6204
  • 기사등록 2023-04-30 22:51: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