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남자들의 무료 사진


무엇이 맞는 길인가, 그리고 나는 또 그 길에 알맞게 걸어가고 있는가. 머릿속으론 모든 나의 연약함, 불완전함, 눈물이 맺히던 순간들, 저항 없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왜 이리 부족할까 내가 이 모든 것들을 가질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남들이 쉽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왜 이리도 어려운 건가. 나도 할 수 있는데, 못 할 건 없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기차역에서 막 출발한 기차처럼 나는 무작정 목적지로만 달리고 있다. 성취에 중독되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대단하다는 한마디를 한 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어쩌면 조금은 더 자랑스러운 자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보태어서.


아무도 부추기지 않은 싸움에 고요히 서 있는 나 자신을 살펴보았다. 꼭대기를 향해 서슴없이 올라가나 늘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진 않은지,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먹고 살아갔으나 정작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엔 무지하지 않은지, 막강한 힘을 가져 소외된 모든 사람을 굽어살피리라 다짐했지만 정작 곪아가는 나 자신을 외면하며 계속 걸어가고 있진 않은지.


아마 아무리 성취해도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그건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이러한 순간순간에 밀려오는 공허함과 허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채워도 채워도 채워도 부족했던 건 아마 내 안에 작은 구멍이 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머리를 쥐어짜도, 온갖 유튜브 명언과 책들을 읽어보아도,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소리를 지르며 울어봐도,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왜 더 이상 무언가를 이뤄내도 내가 행복하지 않은 줄 알 수 없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던 남들의 인정과 축하를 받아도, 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여전히 내가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 같은 답답한 기분이 드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마땅한 해답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에 지쳐 잠이나 자자하고 눈을 감고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이 성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나의 이력서를 보면 무엇을 배웠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인터뷰나 남들에게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답변 말고 정말 내가 뼈저리게 배웠던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나는 세상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곳인지 알게 되었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많은지, 거짓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학교 수업으로부터 배운 것은 과목에 대한 흥미가 아닌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는지였다. 난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하지만, 한 걸음만 나와서 보면 똑똑한 사람들을 널리고 널렸다. 그 속에서 나는 매일 밤을 새우며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그 똑똑한 사람들과 나의 갭은 좁혀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나의 열등함이 너무나도 잘 보였고, 그런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숨고 싶은 적도, 청승맞게 엉엉 울었던 적도 많다.


그 외에도 남들에게 너무 쉬운 모든 것들이 무엇 하나 빠짐없이 나에겐 어려웠다. 무엇 하나 쉽게 떠나보내지 못할뿐더러, 세상은 그리 배려 넘치지도 않고 나에게 설 자리를 친히 마련해주지도 않는다는 거, 그 속에서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다는 거, 바보 같은 사람들은 많고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거 등등…인터뷰용 답변과는 달리 나의 성취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다. 나의 성취는 빛나지 않았고, 빛나지 않는 성취를 한 나 또한 그러했다. 나의 성취는 가치가 있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것이 해답임을 알게 되었다. 성취란 고상하게 예쁜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아, 가지런히 진열된 화려한 왕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성취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매일 밤을 지새우며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다. 성취란 하루하루가 무서워도 도망가지 않는 것이고, 성취란 청승맞게 소리치며 울지언정 발버둥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지난 나의 성취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 나는 다가올 미래들에 확신이 없었으나 그저 어둠 속을 계속 걸었고, 가끔은 숨을지언정 고난을 마주하길 멈추지 않았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 미치겠던 그 순간에도 나는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렇다. 내가 배운 것은 성취의 명예와 영광이 아닌, 그 과정에서의 몸부림, 세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얼마나 열등한지, 책임감을 지고 사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지 등등 별로 유쾌하지도 달갑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나는 늘 외롭고 위태로웠으나 나는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뎠기에, 나는 성취라는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성취란 순간순간 나에게 쥐어졌던 물질적 보상, 명예, 인정보다도 이러한 결과들을 얻기 위해 버티고, 인내하고, 좌절하고, 고뇌하던 그 모든 시행착오가 단 하나의 성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뚜렷한 것은 나의 성취들이 더 이상 기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이뤄낸 성취들은 손쉽게 나를 화려하게 꾸며주는 미사여구나 수식어, 왕관, 트로피 따위가 아닌, 나를 깎아내고 잃어가며 만든, 진심을 담아 내 몸에 새긴, 아픔과 슬픔이 깃든 흉터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얼마나 멀리 왔고, 어디에 서 있고, 얼마나 많이 쥐고 있는지가 성취가 아닌, 무섭고 두려웠지만 한 발을 내디딘 그 용기가, 부족함에도 손을 뻗으려고 애썼던 그 마음이, 성취였다는 것이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그 작은 성취가 결과에 상관없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그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이 나에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도 한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음을,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아픔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우린 아직도  아픔이 아물기까지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을, 그러니 아직 아파하고 무너지는 것이 당연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쉬었다면 나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쉽지 않다고 해서 못 할 이유는 없다. 당신의 성취가 상처가 아닌 자랑스러운 흉터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지난기사

지나간 1분 1초를 백업해주세요!

아이고 두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내가 과연 우울한 것이 맞을까?

실망하고 싶지 않아 기대하지 않는 당신에게

그 무엇도 늦은 것도 없고, 그 무엇도 낭비된 것은 없음을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6220
  • 기사등록 2023-05-04 17:57:5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