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린
[The Psychology Times=강예린 ]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있어서 그렇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온라인 상에서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아이들을 비하하는 어조로 이르는 말인 ‘잼민이’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로의 신상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온라인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자신이 보기에 미숙하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향해 ‘잼민이’라고 부르는 모습. 어딘지 기이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짐에 따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것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낮잡기 위한 것이고, 자신을 가르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더 나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안전한 사회’라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전을 느낄 수 있을까. 이미 아이들이 즐기는 것과, 어른들의 콘텐츠가 확고하게 구분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2019년도에 밈으로 시작해 여전히 힘을 지니고 있는 잔망루피나, 한동안 품절대란이었던 포켓몬 빵이나 그 뒤를 이었던 디지몬 빵이 그렇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른이 즐기는 것도 나이에 맞지 않는 것을 한다는 인식을 벗었고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즐기게 되었다. 뽀로로를 보고 자란 세대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뽀로로를 즐기는 세대들이 자라고 있다. 포켓몬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자란다. 유튜브나 SNS는 이미 접근하기 너무 쉬운 자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마땅히 어른들이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가장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는 캐릭터가 있다. ‘훈발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기 만화인 짱구는 못말려의 등장인물 ‘훈이’이다. 훈발놈이라는 건 이름에서부터 예상이 가듯이 훈이와 욕설을 붙인 것이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에서 사건으로 인해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주인공 짱구를 배신하는 모습이 퍼지면서 화살이 돌아가게 되었다. 곧 후회하며 짱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밈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은 모르는 것이 편해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퍼진 이미지는 굳어서 훈이는 여전히 이유가 없는 비난을 받는 위치에 있다.
소심하고 눈물이 많은 편이었을 뿐이다. 다섯 살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과 실수를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반성과 성장’이기도 하다. 아이의 실수가 조롱을 당하는 모습. 자신이 가까이에서 접하는 만화의 등장인물이 지나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훈이와 비슷하게 소심하거나 눈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위축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혹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훈이를 지칭하는 용어를 그대로 답습하며 다음 세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미 치우쳐진 ‘훈이를 보기 싫다’라는 수준의 심한 혐오감은 짱구 상품을 다루는 유튜버들의 댓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훈이의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댓글에서 읽고, 혹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훈이의 얼굴만을 모자이크하거나 훈이가 나왔을 때 지나치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 또 떠밀리듯이 그래야 한다고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이들이 반성하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줄 만화를 접할 때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는 건 잠시 미뤘으면 한다. 딱 반걸음만 기다렸다가, 차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과 혐오가 단순히 가상의 인물에게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입지를 넓혀 아동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을까. 이제는 익숙해지지 않게 경계심을 가지면서, 이러한 혐오에 대해 외면하거나 동조하기보다는 다시 생각해보고 훈이가 가진 원래 이름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더욱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살기 안전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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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핸드메이커, (2022). 훈이는 훈발놈, 밤비는 살인기계? 우리들의 동심을 추모하라 - 핸드메이커(handmaker) (handmk.com)
한국일보, (2022). 보그 모델로 등장한 뽀로로 루피 '부캐'는 왜 어른들 마음 복잡하게 할까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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